▲ 어기구 후보 선거사무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어기구(53·사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충남 당진)의 어머니는 생선을 파는 상인이었다. 구멍만 한 가게도 없어 늘 행상을 졌다. 배가 들어오면 머리에 올릴 물고기를 떼기 위해 섬과 육지를 오갔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4형제를 키웠다. 아버지는 몸이 아팠다. 항상 가난했다.

어기구 후보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보며 황소같이 일하는 사람이 가난하지 않은 세상이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크면서는 어머니 손을 잡고 “일하는 사람이 가난하지 않은 세상을 내가 직접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가 노동경제학을 공부하고 노동자를 위한 연구를 하다 정치에 뛰어든 이유다.

어 후보는 “정부와 정치가 시장을 조정해 자유경제에서 소외된 사람을 품어야 한다”며 “총선에서 이기면 노조 조직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의정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오후 충남 당진시 읍내동 어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됐다.

"경제학 공부하며 노조 중요성 절감"

- 오랜 해외유학 경험이 눈에 띈다.


“순천향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는데,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다 보니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 학생운동에 열을 올렸다. 뭔가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졸업을 했다. 1989년 배낭 하나를 메고 여행을 떠나듯 유학을 갔다. 오스트리아 빈국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11년 동안 그곳에 살았다. 그곳에서 박사 학위를 따려면 세 가지를 필수로 공부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노동경제학·사회정책·사회보장법이었다. 오스트리아는 무상교육을 한다. 관광가이드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만 벌면 됐다. 공부하면서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다. 전공한 분야도 그렇지만 직접 사회복지 혜택을 받고 보니 그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 귀국 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한국노총에서 활동했는데.

“오스트리아에서 11년 동안 공부하고 귀국했다. 대전 우송대에서 1년6개월 정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노무현 정권이 출범했다. 당시 대통령소속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채용했다. 응시한 뒤 그곳에서 일했다. 경제학을 공부하며 유럽 복지국가에 주목했다. 스웨덴 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갖춘 배경에 노동자들의 높은 조직력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노사정위에서 활동하며 우리도 그런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노조, 노조와 사용자 사이에서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코드가 안 맞았다.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굶어 죽어도 못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사표를 냈다. 고려대 경제연구소에 연구교수로 잠깐 있다가 노동계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어 후보는 2008년부터 한국노총에서 일하면서 노동을 주축으로 한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룬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예컨대 △사회 양극화 해소 △공평한 조세제도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일자리 정책 △복지국가와 노동운동의 상관관계가 그가 집중한 주제다.

“미국·일본의 자유시장경제와 북유럽식 조정시장경제는 부의 편중을 바로잡는 제도로서의 확연한 차이점을 보인다.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대입하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4까지 높아지는 반면 조정시장경제에서는 0.25 아래로 낮아진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노동계에 어떤 쪽이 바른 운동방향인지 알리고, 그에 걸맞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당진을 동북아의 싱가포르로"

- 19대 총선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출마인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승자독식의 자본주의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조정경제, 따뜻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 노동단체 연구위원 때 했던 요구와 주장이 사회적으로 관철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돼 이어지고 있는 낙수효과론이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 국가로 만들었다. 30대 재벌이 창출하는 GDP(국내총생산) 비율이 70%인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정부기관과 노동단체에서의 실증적 주장과 조정은 한계가 있었다. 지식과 생각만으로는 제도를 바꿀 수 없었다.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이다. 여의도로 가야 내가 공부한 이론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겼다.”

- 당진을 출마지로 선택한 이유는.

“고향이다. 사람은 회귀본능이 있지 않나. 송학읍 인근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 서해안의 석양과 이름 모를 바닷새를 보며 자랐다. 당진은 천혜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항만과 평야가 있다. 관광지가 넓게 펴져 있고, 1천만평이 넘는 산업단지도 있다. 홍수 같은 재해도 드물다. 2011년 고향에 내려왔다. 최상의 입지조건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화끈한 리더가 없었다. 당장 미래 성장판과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진에 유럽식 조정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기 위해 이곳에 출마했다.”

- 구체적인 지역 공약을 소개하자면.

“당진의 이름을 걸고 진행된 당진항 매립지 조성사업 관할을 평택에 빼앗기게 생겼다. 지역주민들의 울분이 엄청나다. 이 문제부터 해결할 것이다. 항만과 산업단지가 있지만 텅 비어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수도권 규제완화 영향이 크다. 노무현 정부 때 싼 땅값과 중국 수출에 용이하다는 요건 때문에 왔다가 지금은 다들 떠나갔다.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당진에까지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도록 만들겠다. 충남도지사와 당진시장과 같은 당이다. 당선되면 끌어 주고 보완하는 의정활동과 행정이 가능하다.”

당진은 통계적으로 인구수가 증가하는 지역이다. 농업과 공업, 해운업이 가능한 입지요건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오로지 일자리를 위해 온다. 그만큼 쉽게 떠난다. 덕분에 주거환경은 거대한 원룸체제로 짜여졌다.

어 후보는 “병원·학교·공원과 갖은 정주환경 조성에 힘을 써서 일자리를 위해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진을 동북아의 싱가포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국민의당 후보도 출마했는데.

“연대를 제안했는데 거부해서 안타깝다. 여론조사 결과의 10%를 가산하고, 역선택 위험도 감수하며 새누리당 지지자까지 포함해 단일화를 하자고 했는데도 마다했다. 새누리당 어부지리가 우려되지만 자기 표는 자기가 가져간다고 믿는다. 여당 표가 국민의당으로 갈 수도 있다. 가야 할 길을 가겠다.”

"양극화 주범은 재벌, 사회적 투자 강제할 것"

- 국민의 대표로서는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는 입법활동이 목표다. 양극화 주범은 재벌들이다. 그들로 인해 기업과 기업,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에 격차가 벌어졌다. 일자리의 90%는 중소기업이 만든다. 하지만 재벌들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사회적으로 나쁜 일자리가 확산되고 있다. 재벌들의 700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이 일자리와 같은 사회적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여러 입법활동을 구상 중이다. 군부독재보다 더 무서운 것이 경제독재다. 노조가 강해야 선진국이다. 스웨덴이 복지국가가 된 데에는 70%에 달하는 노조 조직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0% 수준의 조직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여러 법과 제도를 고민하겠다.”

- 당선된다면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에 남고 싶나.

“당진의 작은 섬에서 나고 자랐다. 아버지가 몸이 아프셨다. 어머니가 생선을 팔아 돈을 벌었다. 배가 들어오면 섬과 육지를 오가며 직접 생선을 떼다 팔았다. 행상을 지고 4형제를 키웠다. 황소처럼 일만 하셨다. 하지만 가난했다. 어머니처럼 일하는 사람이 가난한 세상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커 가면서 언젠가 어머니 손을 잡고 '내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정치인이 되겠다.”
 

어기구 후보는

- 1963년 충남 당진 송악읍
- 오스트리아 빈국립대 사회과학대학원 졸업
- 전 순천향대 총학생회장
- 전 대통령소속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 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 현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시민대책위원회 명예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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