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이면서도 사용자인 중간지대 노동자. 사실상 급여를 받는데도 근로소득세가 아닌 개인사업자 사업소득세를 내는 특이한 노동자. 바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다.

최근 특수고용노동자처럼 경계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기준으로 이들이 218만1천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정부 통계(58만1천명)보다 3.75배 많다. 음성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특수고용직 보호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2007년에는 6년여 논의 끝에 정부가 의원입법 형태로 특수형태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노동 3권 중 단결권과 교섭권만 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도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근로자 범위를 넓혀 특수고용직을 근로자에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개정안, 산재보험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20대 국회에서는 희망을 품어 볼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녹색당·노동당·민중연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특수고용직 문제 해소를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반면 새누리당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권을 주는 것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새누리당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20대 국회에서도 의미 없는 법안 발의와 폐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노조법 개정"
진보정당 "근기법 개정"


더불어민주당은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를 통한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방안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19대 국회에서는 김경협 의원이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동 3권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러나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 확대에는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위장 자영인'으로 판단된 경우에만 근기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은 '모두에게 노동기본권 보장'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며,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특수고용노동자와 1인 자영업자 사회보험료 지원도 약속했다.

녹색당과 노동당은 근기법을 개정해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당 관계자는 "전통적인 제조업 노동자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변화된 산업현장 고용실태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업무의 독자성으로 인해 근기법상 보호를 못 받는다고 해도 노조법상 권리는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연합당은 '노조 조직률 50% 실현' 방안으로 근로자·사용자 개념 확대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특수고용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조건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노동자성 인정 곤란"
국민의당 "단체행동권 안 돼"


새누리당은 특수고용직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종속성 정도가 근로자보다 낮고, 유형이 다양하며, 종사형태도 달라 일률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을 근기법상 근로자와 같은 수준으로 보호할 경우 상대방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게 된다"며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이 최저임금법이나 고용보험법 같은 각종 노동관계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보장과 관련해서는 "노동 3권 남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다수 자영업자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포함되면 노동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일률적으로 노조법상 근로자로 규율하기보다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노조법을 개정해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노동 2권만 주자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이들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하면 급여 지급 문제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긴다"며 "일괄적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것보다는 분야별·업종별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노동회의소'를 설립해 특수고용노동자를 회원으로 가입시키자고 제안했다. 노동회의소가 입법청원·법률서비스·정책개발·직원훈련을 대행하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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