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모두 선거전이 한창이다. 한국은 국회의원 총선거, 미국은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가 진행 중이다. 두 나라에서 선거가 진행되다 보니 공통 관심사가 부각되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다. 중산층을 늘리겠다는 공약이 제시됐다. 해법은 바로 ‘최저임금 인상’이다. 노동자·서민의 지갑을 채워야만 소비도 늘고 경제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이다.

두 나라 가운데 미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거세다.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후보는 시간당 15달러(약 1만7천500원)로의 인상을 약속했다. 경쟁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시간당 12달러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연방 최저임금은 7.25달러다. 두 후보 모두 현재보다 두 배 인상하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물론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은 “일자리를 줄이고, 기업 활동에 저해 된다”며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후보들도 최저임금 바람을 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거대 도시와 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은 2017년부터 인상돼 2022년에 시간당 15달러로 맞추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최저임금은 현재 10달러다. 이에 앞서 뉴욕시와 오레건주도 법정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했다. 미국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을 결정함에 따라 타 대도시와 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 초 연방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38%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극화와 소득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화답한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 선거전으로 옮아갔다.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인 반면 야당인 공화당은 반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야당이 최저임금 인상에 앞장서는 반면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새누리당은 미온적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공언하지 않았다. '기업 규제를 완화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앞세우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아예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 인상률은 7~8%로 한 자리 수 인상률를 기록했다.

반면 야당들은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을 내걸고 있다. 올해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은 6천30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은 이보다 앞당겼다. 오는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동당은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최저임금 1만원법’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녹색당·민중연합당도 유사한 공약을 제시했다. 야당들의 주장이 적용되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정도로 최저임금이 맞춰지는 셈이다.

문제는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온도차’다. 최저임금의 경우 미국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뜨뜻미지근한 편이다. 총선이 1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여야 간 공약 경쟁이 실종된 양상이다. 여야 모두 공천에 주력하고, 공약 개발을 소홀히 해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여야 모두 공약을 부각시키기보다 후보 간 합종연횡에 더 치우쳐 있는 모습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여야 모두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약속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해결책 가운데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새누리당부터 변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최저임금 인상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최저임금을 적극 제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야당들도 최저임금을 선거쟁점으로 부각시키는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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