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유역환경청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수은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워낙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라 대책 얘기를 할 형편이 아닙니다.”

대기환경 전문가인 이인화 조선대 교수(환경공학과)의 말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을 맡고 있는 이인화 교수는 남영전구 광주공장 인근 한 지점에서 대기 중 수은농도가 기준치의 166배에 육박한다는 영산강환경청 발표 뒤 대책을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영산강환경청의 정보공개가 제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인화 교수는 24일 영산강환경청 앞에서 수은 관련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영산강환경청의 뒤늦은 정보유통은 뒷말이 무성하다. 대기 중 수은농도 발표도 광주환경운동연합이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내용을 공표하고 나서야 이뤄졌다. 영산강환경청은 “불필요한 주민 우려 방지를 위해 중간조사 결과를 공개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 공기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대기 중 수은 농도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사실 집단 수은중독은 지난해 3월 발생한 일이다. 정부가 수은 유출 사실을 안 것은 7개월이 지난 뒤다. 수은 집진 설비를 설치한 것은 올해 2월이다. 최근 영산강환경청이 검출한 수은은 한 해 묵은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수은이 고온에서 기화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여름 공기 중에 얼마나 많은 수은이 떠돌아다녔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흡입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진정 불안해하는 광주시민들을 고려했다면 '국제기준에 비해 수은농도가 낮다'는 식의 대응을 할 게 아니라 지역 환경전문가들과 공조해 조사를 벌이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먼저다. 영산강환경청은 4월 말까지 사업장 오염물질을 제거한 뒤 상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환경청이 지금이라도 민관 공동 조사기구를 구성하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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