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 조정훈 후보 선거사무소


“2012년 8개월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오일장에서 생닭을 판 적이 있어요. 5천원짜리 생닭 하나 사는데도 이것저것 골라 보고 500원 깎아 달라고 합니다. 대학교 학자금을 내는 3월과 9월은 특히 장사가 안 돼요. 서민들 주머니 사정에 따라 장사가 결정 나는 거죠. 오일장에 재벌이 오겠습니까, 대기업 사장이 오겠습니까. 노동자·서민 주머니가 채워져야 소상공인들 장사가 잘되고 내수경제가 삽니다. 생닭 한 마리 살 때도 이것저것 골라 보는데, 노동자·서민 목숨 줄을 쥐락펴락하는 국회의원은 더 꼼꼼히 보고 골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정훈(42·사진) 무소속 후보는 해고노동자다. 대구 달성공단 상신브레이크는 그가 스물일곱 살부터 다녔던 회사다. 상신브레이크는 2009년 창조컨설팅이 짜 준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겨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금속노조 대구지부 사무국장이었던 조정훈 후보도 그 여파로 2010년 해고를 당했다. 회사가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는 최근 대법원에서 단죄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복직투쟁만 6년째 하고 있다. 2심까지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20대 총선에서 조 후보가 출마지로 선택한 곳은 대구 달성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선을 했던 지역이다. 이른바 ‘진박’ 핵심인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다.

조 후보는 “노동개악 세력이 뻔뻔하게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달성군은 7천여명의 민주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삶과 미래를 그려 가는 곳인데도 새누리당은 진박 후보를 보란 듯이 공천했다”며 “노동개악의 부당성을 알리고 새누리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4일 달성군 화원읍 선거사무소에서 조 후보를 만났다.

박근혜 정치적 고향서 “노동개악 반대” 외치다

-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다. 출마이유가 궁금하다.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리 4선을 한 정치적 고향이다.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후보가 새누리당 단수공천을 받았다. 노동개악을 주도했던 인사를 노동자 밀집지역에 공천한 것이다. 아무리 대구가 보수의 고장이라 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공천이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에 맞서 지난해 총파업과 민중총궐기로 맞섰다. 이번 선거는 총파업 총력투쟁의 연장이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에 맞서 노동개악 저지투쟁을 한다는 생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민주노총이 선정한 노동자 후보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스물일곱 살에 대구 달성공단 상신브레이크 생산부서 계약직 비정규 노동자로 입사했다. 2010년 8월 사측과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됐다. 6년 동안 싸우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행정소송에서도 1·2심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회사는 아직 복직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노동자 후보로 달성군에 출마한 것은 노동개악 세력이 뻔뻔하게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달성군은 민주노총 20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7천여명의 민주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삶과 미래를 그려 가는 곳이다. 새누리당은 이곳에 보란듯이 진박 후보를 공천했다. 이번 선거 슬로건은 ‘쉬운 해고와 평생 비정규직 막아 내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4·13 총선은 현장까지 밀려오고 있는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투쟁하는 선거다. 지금 노동자들은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현장에서 시행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총선에서 노동개악의 부당성을 알리고 새누리당을 심판할 것이다.”

“노동 3권 유린 심각하다”

- 상신브레이크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는데. 어떤 일이 있었나.


“올해 3월10일 대법원에서 상신브레이크 사측이 벌인 부당노동행위를 유죄라고 판결했다. 김효일 대표이사와 양근재 전무이사가 각각 2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가 파괴되고 5명의 해고자가 6년째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겪은 고통에 비해 사측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용납할 수 없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이 현장에서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법과 제도가 한몫하고 있다. 우리가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투쟁하지 않았다면 사측의 범죄행위는 영원히 은폐되고 말았을 것이다. 6년간의 복직투쟁으로 무너진 현장을 다시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하지만 쉬운 해고와 평생 비정규직을 조장하는 노동개악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노동현장은 지옥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현행법으로도 사측이 맘대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데 노동개악법이 통과되면 어떻게 되겠나. 6년간 투쟁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개악을 막아 내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 핵심 지역공약을 소개해 달라.

“새누리당 후보를 비롯한 달성군 출마자들은 대부분 지역개발을 공약했다. 그런데 해당 공약들은 사실상 달성군이 몇 년에 걸쳐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국회의원이 자치단체가 이미 시행 중인 일을 득표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무책임한 개발공약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가치와 방향을 안내해야 한다고 본다. 담뱃세 인하와 노동자 일자리 지키기, 재벌세 신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초중고 무상급식을 공약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보수정당들이 공천 과정에서 추태를 보였다. 지역에서 말이 많을 것 같다.

“국민을 분노와 충격으로 몰고 간 새누리당의 ‘비박계 공천학살’이 바로 달성군의 현실이다. 금배지를 얻으려 이전투구하고 권력에 아부하고 굴종하느라 달성군민은 어디에도 없었다.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진박 후보에 밀려 탈락한 인물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비례대표 신청을 했다가 낙천한 뒤 지역구로 출마했다. 달성군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은 행위다. 달성군민들이 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다. 노동자 일자리와 서민 삶을 지키기 위해 출마했기 때문에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며 뛰겠다.”

“조합원 결집, 총선 승패 가를 것”

- 선거운동 과정에서 진보정당 통합 필요성을 느끼나.


“민주노총이 총선 전에 추진한 선거연합정당을 끝내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너무 아쉽다. 그만큼 현장은 진보정당의 단결과 단합을 바라고 있다. 총선 이후에는 좀 더 절박하게 노동정치 강화와 진보정당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총선을 앞두고 연합정당을 표방한 민중연합당이 창당되고,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진보대통합도 추진되고 있다. 이런 노력과 흐름이 하나로 모여 현장 노동자들의 열망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총선에 어떤 각오로 임할 생각인가.

“금속노조 대구지부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의 공식적인 논의와 조직적인 결정에 따라 민주노총 후보로 출마했다. 대구본부와 금속노조 각 지회 간부·조합원들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달성군에 위치한 대구본부 소속 사업장에서도 많은 도움을 준다. 선거 승패는 달성군과 대구지역 조합원들의 힘이 얼마나 결집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조합원들과의 만남을 우선순위에 놓고, 조합원 7천여명과 함께 달성군민들을 만나겠다. 대구지역 3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무거운 책무를 줬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금속노조 대구지부를 대표하는 '민주노총 후보'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다. 노동개악을 저지하고 새누리당을 심판하겠다.”
 

 조정훈 후보는

- 2000년 상신브레이크 입사
- 전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장
- 2010년 상신브레이크 부당해고
- 전 금속노조 대구지부 수석부지부장
- 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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