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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교섭 어디로 가나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산별교섭이 뜨겁다. 얼마 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발레오전장 사건으로 노동현안 중심에 서게 됐다. 심지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소속 7개 금융공기업이 30일 협의회 탈퇴를 선언했다. 더 이상 금융노조를 상대로 한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 고려대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원장 조대엽)가 '산별교섭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특별심포지엄을 열었다. 양대 노총 산하 산별노조뿐만 아니라 학생·학자에 이르기까지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몇몇 토론자를 빼고는 발제자들과 토론자 대부분이 산별노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상황을 볼 때 양대 지침 사태를 지나 산별노조 문제가 올해 최대 노동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7개 금융공기업의 사용자협의회 탈퇴에는 정부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보도에 따르면 금융노조와의 단체협상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목적인 것 같다. 성과연봉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이다.

금융권 노사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3년간 박근혜 정부가 보여 준 노동관을 돌아보면 바람직한 노동관을 가진 정권이 출현하기 전에는 제대로 된 산별교섭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 노동정책에는 산별교섭 무력화 내지 기업별노조 활성화가 없다. 일자리 늘리기 정책과 9·15 노사정 합의 과정에서도 산별노조에 관한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산별노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아마도 정부가 이름 짓고 계획한 일자리 정책,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풀리지 않는 나름의 원인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을 갖는 대산별 노조를 해체해야 쉬운 해고와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하다고 ‘이제야’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고임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양대 지침 강제만으로는 어렵고 임금교섭 틀을 깨야 한다는 사실을 ‘드디어’ 찾은 듯하다.

대표적인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무력화하면 상대적으로 그 숫자는 적지만 산별노조가 노동현장에서 갖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가장 효과적인 한 수가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정부 의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방식으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도,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진입도 불가능하다. 정부 목표는 산별노조 파괴가 아니라 정반대로 향할 때만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산별노조에 속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임금구조 이중화가 심각하지 않다. 반면 사업장별 개별교섭으로 가면 임금과 근로조건이 달라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커진다. 개별교섭으로는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임금 '하향 평준화'는 고사하고 평준화조차 불가능하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만 보더라도 산별교섭 효과에 대해서는 긴 말을 요하지 않는다. 노사가 산별교섭에서 자율적으로 노동조건을 정한다. 이를 통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만들어 낸다. 사회 갈등 해소에 드는 비용은 사회의 선진화 정도를 평가하는 주요한 척도다. 산별교섭 후퇴는 ‘갈등(노동쟁의)’의 숫자를 늘릴 뿐이다.

이날 특별심포지엄에 발제자로 나선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노동자는 산별노조를 만들고 산별노조는 연대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노동자를 만든다”며 “노동자는 산별교섭을 만들고 산별교섭은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화에 앞장서는 노조와 노동자를 만든다”고 말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노동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반성이 먼저다. 산별노조를 외면한 결과 오늘의 사태를 불러오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겉모습만 산별일 뿐 실상은 기업별노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고발되고 있다.

동종의 사업장에서 동종의 노동을 제공한다면, 누가 보더라도 산별노조가 안성맞춤이다. 개인의 작은 이익이나 상급단체의 입장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노동 3권을 법률도 아닌 헌법에서 보장받고 있지 않는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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