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호 변호사(법률사무소 노동과삶)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569412, 2014가합572999(병합) 퇴직금 청구

사건 경위


피고 주식회사 탠디는 구두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 작업장 내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갑피공(재단된 가죽을 구두의 형태로 접착 및 봉제하는 작업을 하는 제화공)·저부공(골에 봉제된 가죽을 씌우고 창을 붙이고 건조하는 작업을 하는 제화공)으로서 개수급제(작업량 × 단가)로 보수를 지급받는 객공이었다. 일부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 입사할 당시 피고 회사에서는 갑피공과 저부공들을 노동자로 인정해 이들에 대해 4대 보험을 가입하고 있었고, 퇴사자들에 대해 퇴직금도 지급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는 2000년 2월께 갑피공·저부공을 회사 회의실에 모이게 한 후,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소사장제로 일하라고 통보했고, 피고는 갑피공·저부공 전부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업자등록 처리를 하고는 이들에 대해서는 4대 보험 탈퇴를 했고, 이후 입사하는 모든 갑피공과 저부공에 대해서는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고, 모두 사업자등록을 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를 퇴사한 후 퇴직금을 청구했으나,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노동자가 아님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부해 소송에 이르게 됐다.

사건의 쟁점-소사장제로 전환 이후 제화공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

제화업체에서는 2차 공정에 해당하면서 구두제조의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구두 제조작업(갑피작업·저부작업)에 근무하는 구두제화공에 대해서는 유독 통상 노동자와 같이 고정된 월급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개수급제’(소위 객공이라 부른다)로 활용하고 1차 공정인 ‘샘플과 재단 작업’, 3차 공정인 ‘마무리 및 검품’은 여전히 월급제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1차 공정과 3차 공정은 시간 대비 생산수량 의미가 부차적인 문제이지만, 2차 공정인 ‘갑피작업 및 저부작업’은 시간 대비 생산수량 증가가 구두 제조에서 핵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성과급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 및 비수기 등 일시적 경영상황에 따른 보수 변동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제화업의 개수급제 노동자들(구두제화공)에 대한 사용자의 업무수행상 지휘·감독은 제화업 특성상 일반 사무직이나 관리직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과는 달리 '작업지시서'와 '견본' 등을 통해 포괄적이고 상당한 방법을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고, 이에 더해 개발실장 및 검사 담당자·공장장 등의 현장 작업장에서의 구체적 지시 등이 더해지기도 한다.

또한 근태관리와 관련해 통상적인 출근시간이 정해지고, 퇴근시간 또한 그날 배정된 일감을 마무리해야만 하며, 조퇴 등의 경우에도 관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일감을 주지 않거나 해고를 종용하는 방법으로 사실상의 징계가 이뤄지므로 무단결근도 할 수 없다. 이는 결국 개수급제 노동자들의 업무수행은 피고 회사의 생산성에 직결되므로 피고 회사가 개수급제 노동자들의 근태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특히 ‘주문작업’의 경우 고객과 약속한 날짜까지 맞춰 납품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피고 회사의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지휘·감독과 근태관리는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판결 요지

1) 피고의 구두제조 과정은 ① 제품 기획 및 설계, 작업지시서의 작성 → ② 견본 제작 → ③ 재단작업 → ④ 갑피작업 → ⑤ 저부작업 → ⑥ 검품 및 출고의 순으로 이뤄지는데, 갑피작업 또는 저부작업은 피고의 개발실장에 의해 작성된 작업지시서 및 견본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뤄지고, 원고들의 독자적인 구상이나 생각 등은 반영되지 않는다.

2)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날그날 작업량을 할당해 분배해 줬고, 원고들은 분배받은 수량에 대한 작업량을 당일에 마쳐야 했다. 원고들에게 분배되는 작업량은 원고들과 협의 없이 오로지 피고에 의해 결정됐고, 피고는 주문자의 요구 등의 사정으로 우선 제작이 필요한 제품이 있을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한 작업을 다른 제품에 대한 작업보다 먼저 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3) 원고들이 작업한 구두는 피고의 브랜드를 달고 시중에 판매되므로, 판매된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이는 피고 회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이유로 피고는 원고들의 작업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고들의 작업에 대한 지휘·감독을 행할 유인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 피고의 관리자들이 원고들의 작업현장을 돌며 현장에서 불량품에 대한 수정지시 등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4) 원고들은 매일 아침 피고로부터 그날그날 작업량을 할당받는 점에서 작업량이 분배되는 시간 이전 출근이 사실상 강제됐던 것으로 보이고, 할당된 작업량을 당일에 마쳐야 하는 점에서 자유로운 퇴근도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5) 원고들은 피고 건물에 마련된 공장에서 피고가 제공한 작업도구 및 비품을 이용해 작업했다. 다만 칼·망치·고수리·집게 등 작업자의 손에 익어야 하는 연장의 경우에만 원고들이 개인적으로 구비해 사용했다.

6)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고정급이나 기본급 없이 작업량에 단가를 곱한 금액을 매달 지급받았다. 그러나 원고들의 작업량이 오로지 피고에 의해 결정되는 점, 실제 원고들이 지급받은 보수가 매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점, 단가는 원고들과 협의 없이 피고에 의해 결정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보수는 근로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갖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7)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다른 구두제조 회사에서 일하거나 개인적으로 구두제조업을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점에서 전속성도 인정된다.

8) 2000년 2월께 당시 피고 회사에서 일하던 갑피공과 저부공들이 일괄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게 된 점에서 이들의 사업자전환은 스스로 종전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퇴직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의사에 반해 강제적·형식적으로 소사장의 형태를 취하게 됐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실제로 그 전환을 전후해 근무형태나 보수지급방식·보수액 등이 달라진 바는 없다.

판결 의의

1. 이번 판결은 노동자성 판단에 있어 사용종속관계 유무로 판단하면서 형식적인 징표보다는 실질적인 징표를 중시하고, 종전에는 단순한 근로자에 불과했다가 소사장 형태를 취한 경우에 기존 대법원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2. 판결에서는 갑피작업과 저부작업이 ①구두제조 특성상 작업지시서(치수·수량·디자인 등이 표기돼 있음)와 견본에 따라 이뤄지고, 피고 작업현장에서의 수정지시 등이 이뤄지는 점을 근거로 포괄적이고 상당한 방식의 지휘·감독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②구두제조에서 생산성과 직결되는 공정이라는 특성상 작업량과 작업순서가 사용자로부터 정해지는 점을 근거로 사실상 근태관리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3. 그동안 의류제조업과 구두제조업에는 영세한 사업장이 많다 보니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수준이 낮고, 해당 산업의 생산성이 객공의 작업에 직결되는 구조면서도 계절별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나뉘어져 있어 사용자들은 통상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한 임금제로 고용하는 것을 회피해 왔다.

의류제조업과 구두제조업 작업공정은 사실상 동일한 구조이며, 두 산업에서 의류업의 객공인 봉제사와 구두제조업의 객공인 제화공을 제외한 디자이너 혹은 개발실장·재단사·검품사 등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월급제로 운영되고 있는 등 인력구조 또한 동일하다. 객공인 봉제사와 객공인 제화공은 근로형태, 지휘·감독, 근태형태, 노동행정 사각지대, 노동자성 문제가 모두 동일하다. 대법원 2009다51417 판결에서는 구두 갑피공·저부공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의류업의 ‘객공’인 ‘봉제미싱사’에 대해 명시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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