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노동자·서민에 의한 직접정치 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하겠습니다."
총선 출마 이유를 묻는 질문에 돌아온 전종덕(44·사진) 민중연합당 비례대표 후보의 답변이다.
진보정당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후보는 감투가 아니라 헌신에 가깝다. 2004년 정당득표율 13.1%로 8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만들어 낸 민주노동당 역사의 뒷면에는 243개 지역구 중 123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땀이 있었다.
전종덕 후보는 진보정당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왔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전남도의원에 당선됐다. 4년 뒤 치러진 지방선거와 2008·2012년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전남도의원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비례대표에 한 번 당선된 후 지역선거에서 네 번 연달아 졌다.
이번에는 다시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연합정당을 표방하는 민중연합당은 이번 총선에 4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출마시켰다. 지역구 선거에는 56명의 후보가 도전한다. 전 후보는 비례대표 3번을 배정받았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은 낮다. 선거운동을 통해 민중연합당을 최대한 알려 내는 게 1차 목표다.
전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이뤄졌다. 신생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인 만큼 민중연합당을 알리고 정책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노동자·서민 대변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필요"
- 총선에 출마한 이유는.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래서 나왔다. 노동자·농민·청년의 이해를 대변하도록 정치세력과 정치를 바꿔야 한다. 기존 정치에 분노하고 혐오까지 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서민을 제대로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그곳이 민중연합당이라고 자부한다. 진보정당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하고,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하는 게 맞다."
- 이번 총선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정치세력을 교체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것이 민중연합당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총선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정치상황을 확인하고 있지 않나. 이미 사라졌어야 할 기존 세력이 사라지지 않고 총선 전면에 등장했다. 새누리당은 국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지저분한 공천싸움을 벌였다. 제1 야당은 어떤가. 유신정권 붕괴 이후 등장한 신군부가 통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전력을 가진 사람이 대표 자리에 앉아 있다. 명망가 중심 진보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기존 정치세력을 물리치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하는 선거로 보고 있다."
- 민중연합당은 다른 진보정당과 어떻게 다른가.
"일찍이 가 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당내 당 형태의 연합정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민주노총도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호혜평등 원칙하에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었다. 민중연합당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농민·청년들이 자기 요구와 목적을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은 정당이다. 농민당·비정규직당·흙수저당·엄마당이 규모를 떠나 같은 권리와 발언권을 보장받는다. 99%의 일하는 서민을 대변하고, 서민들의 직접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이라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계승하고 모든 세력 함께하는 정당 추구"
- 통합진보당과 같은 정당이라거나 재건의 발판을 다지는 정당이라는 시선이 있다.
"통합진보당을 재건하려는 게 아니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교훈을 이어받아 각 계급·계층을 대변하려고 만든 더 큰 진보정당이다. 차별과 배제 없이 모든 진보세력과 함께 가고자 한다는 점에서 통합진보당과 다르다. 김선동·이상규·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서민들에 의한 직접정치'에 동의해 입당했다. 자주통일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옛 통합진보당 사람들을 정권에 의해 탄압받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해야 하나. 그건 옳지 않다. 민중연합당은 민주노동당을 계승해 더 크게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커 나갈 것이다."
민중연합당 당원은 3만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민중연합당에 따르면 당원 70%는 정당 활동 경험이 없거나 처음으로 정당에 입당한 사람들이다. 전 후보는 "이런 점에서 통합진보당 재건이라고 매도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새로운 진보세력·대안세력이 필요하다는 열망이 민중연합당을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 큰 진보정당이라고 밝혔지만 다수 진보세력은 민중연합당과 함께하지 않고 있다.
"진보세력이 모두 단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 안타깝다. 민주노총이 민중·노동·진보세력이 함께하는 연합정당을 제안했는데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제안이 실현됐으면 민중연합당의 진보정당 위상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총선 전후에 관한 의견차이가 있었을 뿐 함께해야 한다는 명제에서는 광범위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박근혜 심판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단결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식 연합정당의 모델을 만들어 가는 숙제를 풀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배제 없이 하나로 단결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원내에 진입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울 것"
- 원내 진입이 당면한 과제로 보이는데.
"원외 정당이다 보니 민중연합당의 주장이나 정책이 언론에 다뤄지지 않고 있다. 처음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졌을 때 노동자를 대변하는 의원 1명만 있어도 좋겠다는 말을 했었다. 이 말 뜻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지금 국회에는 노동자·농민·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세력이 없다.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돼도 자주통일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쉬운 해고·비정규직 확산 노동개악 정책이 행정지침이라는 이름으로 강행되고, 공공부문 성과퇴출제를 4~5월에 밀어붙인다고 하는데 누구 하나 앞장서서 정권과 싸우지 않는다. 제도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 국회에서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다."
- 민중연합당 공약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의 노동정책 중 참신한 것은 퇴근 후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제도 도입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70%가 퇴근 후에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SNS를 통해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업무지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노동자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업무지시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려고 한다.
아울러 모성보호를 강화할 것이다. 현재 육아휴직급여로 통상임금 40%가 지급되고 있다. 이를 70%로 확대해 육아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여야 한다. 출산율이 낮다고 말은 많지만 있는 제도조차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정부가 책임질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확산과 쉬운 해고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권·새누리당을 심판하는 일이다. 총선에서 심판받지 않으면 노동개악을 밀어붙일 것이다."
-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어떤 일부터 하고 싶나.
"하고 싶은 일이 진짜 많다. 노동자 대표로 비례후보 3번을 배정받았다. 인터뷰가 끝나면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추모제에 참석한다.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동자들이 자기 목숨을 내바쳐야 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조를 파괴해도 사용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노조를 지켜야 한다. 노조 조직률을 10%대에서 50%까지 올려야 한다.
환자 생명을 돌보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중노동으로 인해 현장에서 죽어 나가는 현실도 바꾸고 싶다. 시간외근무를 없애 과로하지 않고, 환자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병원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병원노동자의 건강권을 국가가 책임지게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싶다. 취약한 공공의료도 확대해야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나 보건복지위원회 등 서너 개 상임위에서 모두 활동하고 싶다.(웃음)"
전종덕 후보는 - 1971년 11월 전남 함평 출생 - 전 전남도의원 - 전 민주노총 전남본부 수석부본부장 - 전 보건의료노조 강진의료원 지부장 - 현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