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기업노동자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쟁같은 일터, 당장 멈춰 토론회.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칼로 찔러야만 살인입니까. 채증하고 감시하고 고소하고…. 너희는 범죄자야, 너희는 불필요한 존재야, 그러니 빨리 나가라고 등을 떠밉니다. 그러니 어떻게 안 죽겠습니까. 어떤 조합원은 (누군가와) 싸웠는데 왜 싸웠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답니다. 어떤 조합원은 정신을 차려 보니 옥상 난간이더래요. 그런데 자신이 왜 거기 서 있었는지 모르겠더랍니다. 자식들을 생각해 어렵게 난간에서 내려왔대요. 유성기업은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홍종인 전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장의 말이다. 회사측의 노조탄압과 징계남발로 고통을 받아 온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씨가 이달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지회는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 등 사용자의 진심 어린 사죄와 유가족 보상을 촉구하며 회사를 상대로 특별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지회는 특히 2011년 이후 계속된 노조탄압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원하고 있다.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에 이르는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자 존엄과 생명을 파괴하는 가학적 노무관리’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노조파괴 범죄자 처벌, 유성기업 노동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와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가정까지 파괴한 노조탄압

고인은 금속노조 소속 지회간부로 지내면서 회사로부터 11번 고소를 당했고 8번 경찰조사를 받았다. 고인은 이달 14일 회사로부터 3차 징계를 위한 사실조사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이로부터 사흘 뒤 고인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고인의 죽음 배경에 2011년 5월 이래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유성기업의 고소와 징계 등 법체계를 이용한 노동자 괴롭힘이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회에 따르면 회사가 지회와 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건수가 1천300여건이나 된다. 비상식적인 고소·고발 관련 기록과 재판 결과는 대부분 조합원들을 징계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13명의 지회 조합원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해고됐다.

지회간부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유성기업에서는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차별과 따돌림의 근거가 되고 조합원의 임금까지 삭감하는 이유가 됐다”며 “회사는 조합원이 잔업을 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괴롭혔는데, 관리자들의 노골적인 권한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의 노조탄압은 조합원들의 가정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한 지회간부는 “노조탄압이 심해지면서 이혼한 부부가 늘었는데, 조합원들의 배우자가 ‘어용노조로 넘어가라’고 강요하면서 갈등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며 “회사가 지회 조합원과 기업노조 조합원 간 임금을 차별한 것이 가정파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홀로 남겨질까 봐 두렵다"

충남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조합원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 고위험군 비율이 43.3%로 나타났다. 고인도 해당 조사에서 우울증 고위험군 진단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우울장애를 갖고 있는 국민 비율이 6.7%라는 것을 감안하면 유성기업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활동가는 “6년간 지속된 시달림으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매우 위태로워졌고, 이들이 현재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남겨지는 것”이라며 “우리는 ‘여기 우리들이 있다’고 말하고, ‘함께 손잡고 싸우는 이들이 도처에 있다’는 것을 이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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