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의 노조탄압과 징계남발로 고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조합원 한광호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8일 현재 11일째에 접어들었다. 금속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세 차례에 걸쳐 고인과 관련한 특별교섭 개최를 요구했다. 회사측은 그러나 “회사에 고인 사망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다면 언제든 형사상 조치를 취하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21일과 22일에 이어 이날 회사측에 특별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유족으로부터 회사와의 모든 협상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이사의 교섭 참여를 촉구했다. 노조 요구사항은 △유성기업 노조탄압에 따른 한광호 열사 죽음에 대한 사죄 △노조탄압 중단과 재발방지 약속·책임자 처벌 △노조탄압에 따른 정신건강 피해자 심리치료 △유가족 배상 등이다.

회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22일 노조로 보낸 공문에서 “재직 중 직원의 일반적 사망은 내부 규정에 따르고, 별도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유가족과 협의 후 처리할 것”이라며 “노조의 특별교섭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검찰과 경찰이 자살로 결론 내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노동탄압으로 고인이 자결했다는 노조 주장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강변했다.

회사는 23일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도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이를 폄하하는 노조의 주장에 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주장했다.

공문에는 유성기업 노조탄압 배후로 지목된 현대자동차와의 관계를 의식한 대목도 등장한다. 회사는 “노조가 이 사건과 아무 관련 없는 고객사와 대표이사를 자살사건 주범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고객사와의 신규물량 수주입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회사 영업활동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이 같은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열흘이 넘도록 교섭이 열리지 않으면서 고인의 장례 일정 역시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노조는 회사로부터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을 받은 뒤 장례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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