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디칼리슴(syndicalisme)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무정부주의적인 노동조합 지상주의를 말한다. 노동계급의 정치투쟁이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부정하고 노조를 투쟁과 생산, 분배의 중심으로 삼고자 했다."

국어사전은 생디칼리슴을 이렇게 정의한다. 한국 사회에서 ‘총파업’이란 말이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총파업을 통한 체제변혁을 말한 혁명적 생디칼리슴이 21세기 한국 노조운동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이사장 김정근)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생디칼리슴의 흐름과 의의’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 노서경 서울대 강사(서양사학과)가 강의에 나선다.

노서경 강사는 27일 미리 배포한 강의안을 통해 “혁명적 생디칼리슴은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1864년 제1차 인터내셔널에서 활약한 프랑스 노동운동이 1871년 파리코뮌 유혈진압 뒤 10여년간 공백기를 맞는다. 1884년 결사권 합법화 이후 노조가 전국에서 잇따라 설립됐다. 이때 프랑스 서부지역 노동운동가 페르낭 펠루티에를 중심으로 혁명적 생디칼리슴이 대두된다. 혁명적 생디칼리슴은 1894년 지역노조와 산별노조가 통합해 출범한 프랑스노총(CGT)에 침투했다. CGT가 1906년 아미앵대회에서 선언한 ‘당과 노조의 분리 원칙’은 혁명적 생디칼리슴 노선을 확인한 것이다.

노서경 강사는 “1900년대 혁명적 생디칼리슴은 총파업론을 동반했다”며 “혁명은 노동자의 독자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기간산업의 모든 노동자가 한날한시에 파업을 일으켜 지금의 체제를 멈추게 하자고 주장한 조르주 소렐이라는 사상가의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정부주의적인 혁명적 생디칼리슴은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노 강사는 “소렐의 폭력론은 파괴가 아닌 금전과 권력, 지성과 교육에 의해 통제되는 세상에 대한 거부이자 항의였다”며 “물질과 자본의 권위에 맞서는 생디칼리슴의 정신이 고사했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