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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공약만 있고, 해결은 뒷전인 정치권

티브로드 전주기술센터 간접고용 해고노동자 23명은 지난 23일 전주 완산구 소재 국민의당 전북도당 사무실을 찾아 집단해고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협력업체 교체 과정에서 신규업체에 고용승계를 거부당하고 이달 1일부로 계약이 만료됐다.

이들이 국민의당으로 몰려간 이유는 고용승계를 거부한 협력업체 대표가 전북도당 당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대표인 김아무개씨는 국민의당 창당발기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당 전북도당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주께 당직사퇴서를 내고 탈당했다. 후보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원인이었다고 하니 비정규직 고용문제가 김씨의 탈당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24일 "김씨는 비상근 당직자였고 탈당처리도 됐기에 당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서민·노동자를 위한 정치가 당의 입장인 만큼 김씨를 만나 노사 간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지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 문의한 결과 현행법상 위법성은 찾을 수 없다고 해서 당이 원직복직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노사문제는 사실 이해당사자가 대화로 푸는 게 가장 맞고, 근본적인 문제는 원청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중재에 나서겠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나 "현행법상 위법성이 없다"고 말하는 모양새가 책임회피를 위한 핑계가 아닌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불명확한 간접고용 구조가 여러 노사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제대로 규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왔다.

법으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정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해당사자 간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면서 갈등을 풀어 가는 것은 정치의 능력이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국민의당 전북도당의 발언은 아쉽다.

해고자들은 한 달 넘게 티브로드 전주기술사업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각 정당이 지역 곳곳을 누비며 각종 모임과 지역 현안을 파악하려 하는 선거철임에도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정치의 관심은 부족하기만 하다. 국민의당을 비롯해 모든 정당이 청년고용·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포함한 노동공약을 내놓으면서도 왜 정작 현실 문제에는 개입하기를 꺼릴까. 난제는 비켜 가겠다는 보신주의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묻는다. 비정규직은 그저 먹기 좋은 떡일 뿐인가.

윤성희  miyu@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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