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 이용범 후보 선거사무소

이용범(56·사진) 국민의당 후보(강원 춘천)의 행적을 짧은 단어로 요약하자면 예측불가·복잡다단이다. 성질과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조직을 오가며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이 후보는 1980년대 중반 도덕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뗐다가 곧바로 전국섬유노조연맹에서 활동했다. 이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요직을 맡았다. 중간에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대변인과 기획위원으로 일했다.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일한 적도 있다. 지금은 복지법인 대표로 50여명의 직원을 둔 사용자다.

중간중간 몇몇 정당의 문을 두드렸다. 그중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도 있다. 지금은 국민의당 소속이다.

그는 “다양한 직함으로 살아왔지만, 이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가 있다”며 “내가 천착한 분야는 노동과 복지”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모토로 삼는 단어는 ‘긴장·선택·책임’이다. 예컨대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교섭이 열린다. 하지만 모두가 타협(선택)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속한 진영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선택이 아니라면 초심이나 선명성을 잃었다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그는 “늘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선택을 했고, 그러다 보니 손에 피를 묻히고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노동계와 정부, 여당과 야당이 이념과 진영논리에 갇혀 분열만 거듭한다면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어렵다”며 “타협의 시스템을 사회 전반으로 넓혀 민생으로 타협하는 정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오후 강원도 춘천 시청길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월급쟁이 간부, 노동운동 평론가는 싫었다"

- 양대 노총 간부와 총리실 비서관, 복지법인 대표 등 다양한 경력이 눈에 뛴다.


“스스로 생각해도 복잡하게 살았다. 선입견을 갖고 보는 분들도 많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내 좌우명이 ‘긴장·선택·책임’이다. 어떤 위치에서도 늘 승부를 걸며 살아왔다. 다양한 조직에 속했지만 주된 활동은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교섭이었다. 교섭 때마다 긴장을 갖고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다음 뭔가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그러다 보니 인생에 굴곡이 심했다. 자리를 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단 한 번도 그런 직장인으로 살아 본 적이 없다.

노동계에 발을 담갔을 때 대중조직은 자신이 가진 힘만큼 투쟁하고, 교섭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노동계 안에서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복지 역시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관심사다. 2006년부터 국무총리실 산하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에서 실무를 맡은 것도 그 때문이다. 교섭 당사자로 나서거나 중간에서 교섭을 매끄럽게 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 고향인 춘천에 내려와서는 복지법인 대표로 일하고 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노동계 활동도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춘천 시내버스 파업을 조정해 해결한 것도 나다(웃음).”

이 후보는 2005년 한국노총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일했다. 당시 그가 했던 대표적인 선택이 이듬해 시행된 비정규직법이었다. 이 후보는 <매일노동뉴스> 지면을 빌려 김명호 전 민주노총 기획실장과 비정규직법 합의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그는 “당시 합의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려고 하지 않나. 거꾸로 보면 당시 합의가 정부나 사용자의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욕구를 제한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노동운동 평론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손에 피를 묻힐 각오로 선택을 해야 했다.”

"야권 단일화하면 승산 충분"

- 정치권에는 언제부터 문을 두드렸나.


“노동계 내부에서 조직기반이 없는 ‘학출’에 대한 홀대를 경험했다. 열정이 사라졌다. 97년 고향인 춘천으로 내려와 백수로 지낼 때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에서 공석인 지역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왔다. 보스로 한 번 살아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수락했다. 이후 2000년·2004년 총선에 출마했는데 모두 무소속이었다. 낙하산 공천을 겪었고, 분당과 탄핵사태를 보며 스스로 당을 떠났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이 창립 최초로 실시한 조합원 총투표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후보로 결정했다. 노조의 정책연대는 자주성을 보장받고, 노동자표는 뒷주머니 현찰과 다른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 내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조합원 총투표가 둘 모두를 잡은 해결책이라고 봤다. 당시 한국노총 사무처장이었다. 이듬해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는데 탈락했다.

올해 총선은 12년 만의 도전이다. 왜 국민의당이냐고 묻는다면 우선 양당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고 여겼기 때문이다. 삶의 구체적인 현장을 조정하는 일을 해 왔는데, 지금의 제1 야당은 내부 패권싸움과 이념적 재단에 함몰돼 있다. 거대 양당의 진영논리로 한국정치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인식에 동의한다.”

- 춘천에는 여당 지지자들이 많은데.

“새누리당 초강세 지역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강원도지사를 야당에서 배출했으니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춘천에서 야당 의원을 배출한 적은 없지만 뜯어보면 상황이 좀 다르다. 여당이 당선되더라도 표차는 5% 내외로 크지 않았다. 현역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경선을 거쳐 공천을 받았는데, 경선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김 의원이 세월호 인양에 반대하는 행보를 보이고, 막말을 일삼으면서 야권 지지세력이 뭉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의당 후보도 출마했는데,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 후보는 인터뷰가 있던 날 선거사무소 인근 춘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강선경 정의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이 중 허영 후보가 이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양측은 단일화에 합의한 24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김진태 의원은 지난 4년간 세월호 막말과 종복몰이로 국민을 갈라놓고, 춘천시민의 명예와 자존심을 떨어뜨렸다”며 “단일화로 매섭게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후보는 31일까지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단일화를 마무리한다. 강선경 후보와의 연대도 추진한다.

"비정규직 문제 출구 마련할 때"

- 지역 현안은 어떤 것들이 있나.


“경춘선과 고속도로 시설이 완공되면서 서울이 가까워졌다. 이제는 지역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안전망 강화에 힘을 쏟을 때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레고랜드를 2017년 말까지 정상적으로 개장시켜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릴 것이다. 춘천역 앞에 옛 캠프페이지가 있다. 시민복합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데 서민경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되도록 유도할 것이다. 보수세력이 수십 년간 집권하면서 춘천의 내면이 막혀 있다. ‘함께 잘사는 따뜻한 춘천’을 모토로 막힌 곳을 흐르게 하고 싶다.”

-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노동정치다. 한국 사회가 올바로 가려면 노동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노동운동에 헌신했던 사람들에게 회한이 많은 시절이다. 87년 이후 노동자들의 힘이 끊임없이 약해져 왔다. 오늘날 노조가 사회 각종 현안에 개입하고 역량을 보이는 일이 현격히 줄었다. 노동계와 정부 기관, 노사정위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협상에 참여했고 타협을 이끌어 냈다. 국회 안팎에 기구를 구성해 노동·사회 현안을 활발히 논의하고 발전적인 타협점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 비정규직 입구가 열렸으니, 이제 출구를 마련해야 할 때다.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을 제한하는 입법활동을 하겠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국민 전체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도 관심 분야다. 국회의원 300명 중 뚜렷한 자취를 남긴 정치인들이 거의 없다.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지는 않다. 민생으로 타협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이용범 후보는

- 1960년 춘천 낙원동 출생
-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
- 전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
- 전 한국노총 사무처장
- 전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
- 현 사회복지법인 한아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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