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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문제다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고용노동부가 ‘2016년도 임금·단체교섭 지도방향’을 발표했다.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이른바 양대 지침을 노동현장에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지침 시행을 위한 지침인 셈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새로울 게 없다. 노동현장에서는 법보다 지침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지침, 타임오프 매뉴얼, 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 등 그 대상과 범위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지침의 위법성과 폐해에 대해서는 영역을 불문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지침으로 노동행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도 불만이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지침을 만들었겠는가. 국회가 제때 입법을 하지 않으니 노동부라도 현장에서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항변은 일리 있는 말이지만 옳지는 않다. 그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행위일 뿐이다. 위헌이고 위법이다.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입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행정부에 입법발의권까지 주고 있지 않는가. 권한을 합헌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막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중론이다. 그러한 노력은 다하지 않고 쉬운 길만 찾으려 한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지침이 지침을, 위법이 위법을,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노동부의 지침 행정을 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다른 의도가 숨어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든다. 노동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노동부 내부에서 행정 편의를 위한 지침이라면 굳이 이렇게 소란스러울 필요가 없다. 장관이 나서 언론에 홍보할 필요도 없다. 순수한 지침이라면 온 노동현장이 이처럼 발끈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철을 맞아 이러한 의심은 더 커진다. “정부와 여당은 해고를 막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동개혁을 열심히 추진한다.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는 반대만 한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다.

최근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총선넷 같은 시민단체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당했다. 공중파와 페이스북에 한 영상광고가 문제가 됐다. "노동개혁은 일자리 개혁입니다"라는 문구가 처음과 끝에 들어가 있는 노동개혁 정책과 동영상에서 마치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인 것처럼 광고했다.

게다가 광고에 등장한 장관과 좌우에 함께한 어린이들은 빨간 복장을 하고 있다. 붉은 색이 여당인 새누리당의 상징이라는 것은 유권자들이면 다 안다. 이외에도 현수막·버스·영화관 같은 전통적인 광고매체에 유명 배우를 등장시키고 있다. 지침 광고에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이다니. 그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이럴까.

임단협 지침으로 돌아가 보자. 지침은 모순 그 자체다. 노동부는 “올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노동개혁 현장 실천과제들을 단체협약·취업규칙에 담아내도록 지도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노사(가) 자율"로 "임금인상(을) 자제"한다는 논리가 말이 되는가. 형용모순이다.

‘고임금’에 관한 평가도, ‘인상률’도 노사가 자율로 정할 문제다. 노동부만 모르는가. 노동현장에 '자율'을 기본으로 하는 노사문화가 정착된 지 오래다. 노사 합의의 기준(실질적인 지침)은 헌법과 노동법률이다. 노동부가 임의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2대 지침 시행 이후에도 현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절대 다수 사용자와 노동조합은 더 이상 지침을 믿지 않는다. 노동부의 지도 지침을 좇았다가 낭패를 본 경험도 있거니와 그만큼 노사자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정부 존재의 최종 목적이 모든 시민의 인간다운 삶이라는 데 의문을 달 필요는 없다. 이를 위해 정부 부서마다 각자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노동부의 기본 책무는 노동자를 위한 노동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지금 노동부가 노동자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노동부에 헌법과 법률, 무엇보다 노동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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