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김주영(55·사진) 공공노련 위원장은 공공대산별노조 건설을 “반드시 가야 하고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맞선 지난 2년의 싸움이 사실상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공공부문노조 대통합과 산별노조 건설을 통한 대정부 중앙교섭으로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연맹에 “통합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매일노동뉴스>를 통해 공개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공공노련과 공공연맹 조직통합 합의는 개인과 개인의 약속이 아니라 조직과 조직의 합의로 진행됐던 사안”이라며 “두 연맹 소속 모든 노조가 조직통합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조만간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을 만나 조직통합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공공노련 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계 투쟁에 대한 평가를 듣고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경영평가를 앞세워 국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왕따시켰다”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을 신속하게 수행하는 기관에 경영평가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편을 갈랐고, 사회 양극화에 신음하는 국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방만하고 배부른 노동자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며 “정부가 정책실패 책임을 자인하지 않고 방만경영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정치적 마타도어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올해 추진하는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물론 노조의 생존 여부가 걸린 문제”라며 “교섭권 위임을 통한 공동교섭으로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 정부가 최근 2년간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노동자 복지를 축소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제했다. 노동계는 반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정부가 경영평가를 앞세워 공공기관을 줄 세우면서 노동계 반대투쟁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정부는 빠르게 복지수준을 낮추거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에 경영평가 가점을 주고 성과급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편을 갈랐다. 또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악용해 공공기관 직원들을 배부른 노동자로 매도했다. 정책실패 책임을 지지 않고 노동자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는 마타도어를 했다.”

“공공기관 노동자 매도, 억울하고 분하다”

-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은 사실 아닌가.


“국민이 ‘너희들은 그나마 먹고살 만하지 않냐’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무언가 잘못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선전하면서 희생양으로 삼았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해 왔다. 노동조건도 각종 법률과 정부 지침에 의해 통제를 받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책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그것이 억울하고 분하다는 의미다.”

- 정부는 올해 성과연봉제와 함께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는 복지 축소나 임금피크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조합원들의 임금과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에게는 생사 문제일 수 있다. 조직문화가 (상급자에 대한) 줄 세우기 문화로 변질되고 노조활동이 위축될 것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틀,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평가제도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는 일이 다르고, 설령 같더라도 다른 환경·조건 속에서 일한다면 결과만 가지고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 않나. 동료 간 경쟁을 격화하고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협업을 저해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너럴모터스(GM)는 성과연봉제를 폐지했다.”

- 최근 공공부문 노조들의 동향을 보면 상급단체에 교섭권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 같은데.

“지난 2년간 정부와의 싸움에서 얻은 교훈은 기업 단위 협상으로는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추진했던 임금피크제만 하더라도 개별 협상에 들어가면 사측은 ‘정부 정책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교섭권 위임은 개별 합의 같은 조직 이탈을 막으면서 한데 뭉쳐 함께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교섭권 위임만 된다면 대각선 교섭은 물론 대정부 중앙교섭도 열 수 있다. 연맹은 올해 1월 열렸던 대표자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궁극적으로는 산별노조 건설로 나아가야 한다. 교섭권 위임을 통한 공동교섭 시도가 성공한다면 공공대산별노조 건설이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성과연봉제 저지, 조직통합으로 달성해야”

- 지난해 4월 공공연맹과 조직통합에 합의하면서 공공대산별노조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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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논의는 중단된 상태지만 통합 합의는 지금도 유효하다. 지금 공공부문 노동계 상황을 살펴보면 대화의 문은 닫혀 있고, 투쟁력은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다. 반면 정부 공세는 날로 강화된다. 활로를 열어야 한다. 공공부문노조 대통합과 산별노조 건설이 핵심 방안이다. 투쟁력과 협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 통합은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면을 빌려 공공연맹에 조직통합 논의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공공연맹은 지난해 10월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합의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공노련에 통합 논의 중단을 통보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이면 두 연맹이 조직통합을 위한 대의원대회를 개최할 시점이지만 그 이후 통합 논의가 5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그만큼 조직통합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그 소식을 직접 전해 듣지 못하고 매일노동뉴스와 공문을 통해 접했다”며 “해고통지서를 받아 든 노동자의 심정이 이런 걸까 생각이 들 정도로 당혹스러웠다”고 술회했다. 그는 “공공연맹 의견을 존중하지만 조직통합 합의 정신과 대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며 “성과연봉제를 저지하고 공공부문 노동계의 활로를 열기 위해서라도 통합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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