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와 국제제조산업노조 주최로 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조산업 발전과 산업정책 개입방안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정기훈 기자

주요 20개국(G20)이 앞으로 5년간 국내총생산(GDP)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1~5% 늘리고, 사회적·물리적 인프라 투자를 GDP 대비 1% 늘리는 것을 목표로 경제정책을 조정하면 최대 5.8%의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금인상을 통해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수요를 촉진하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조산업 발전과 산업정책 개입방안’ 국제심포지엄에서 케말 오즈칸 인더스트리올 부총장은 “신자유주의체제를 지탱해 온 부채·수출 주도 경제성장이 임금을 억제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시켰다”며 “임금 상승과 공공투자 확대가 결합된 소득주도 성장으로 모든 국가의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 불균형 심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소득 불평등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자들의 잔치’로 일컬어지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지난해 선정한 글로벌 10대 어젠다 1위는 바로 ‘소득 불균형 심화’였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세계총생산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1980년 62%에서 2011년 54%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대부분에서 소득의 불균형이 심화하는 실정이다. 경제대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4년 미국 파이낸셜타임즈는 “미국에서 성인 5명 중 1명은 빈곤가정 또는 빈곤선에 진입하는 가정에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득 불균형은 부의 편중을 의미한다.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 신자유주의 선두에 섰던 국가들의 경우 소득 상위 10% 집단이 국가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성장 과실의 분배: 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기준으로 45%나 됐다.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즈칸 부총장은 “노동생산성지수가 오른 것에 비해 실질임금지수가 턱없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생산성지수는 노동투입량 대비 산출량(또는 부가가치비율)을 의미한다. G20 국가의 노동생산성지수는 2000년 102에서 2014년 118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실질임금지수는 101에서 106으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오즈칸 부총장은 “한마디로 노동력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노동자에 대한 보호수준이 낮아진 결과”라고 우려했다.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소득 불균형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각국 단체교섭 적용률이 평균 4.6% 감소하고, 단체교섭 적용 범위도 좁아졌다. 이는 필연적으로 임금하락을 동반한다. 경제위기를 겪은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2012년 이후 그리스 기업별협약 중 80%는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 착취와 부편 편중' 악순환 끊자

오즈칸 부총장은 “경제정의를 위한 범지구적 노력이 필요하고, 노동조합 역시 정치적 의지와 투쟁을 통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핵심이 임금인상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부채·수출 주도 성장체제를 불러왔고 이는 임금 억제와 경제적 불안정,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했다”며 “임금 상승과 공공투자 확대가 결합된 소득주도 성장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노동계가 제안하는 새로운 경제대안모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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