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 김종훈 선거사무소

울산 동구는 1998년 치러진 민선 1기 구청장 선거에서 김창현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것을 포함해 네 명의 진보구청장이 탄생한 지역이다. 김창현·이영순·이갑용·김종훈이 주인공이다.

그럼에도 울산 노동계는 정몽준 전 의원이 지역 맹주로 군림하면서 국회의원 당선자 배출에 줄곧 실패했다. 전임 구청장으로 20대 총선에 도전하는 김종훈(52·사진) 무소속 후보는 "재벌과 재벌대리인이 군림한 동구에서 진보정치의 꽃을 피우겠다"고 말했다.

2011년 4·27 재선거에서 옛 민주노동당 후보로 구청장에 당선된 그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3천607표(4.5%) 차이로 권명호 새누리당 후보에게 구청장을 내줬다. 당시 선거에서 옛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노동당 후보들이 받은 득표를 합하면 1만1천여표가 넘는다. 야권단일화가 됐으면 승리할 수 있었던 선거였다.

김종훈 후보는 최근 현대중공업노조가 실시한 총선 지지후보 선택 투표에서 이갑용 노동당 예비후보를 누르고 단일후보가 됐다. 지방선거와 비교해 진보진영의 표분산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도 김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울산 동구가 노동운동에 많은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진보진영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 도움을 받은 곳"이라며 "그동안 받은 은혜를 갚을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18일 오후 울산 동구 전하동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쉬운 해고 금지·정규직 전환·조선산업 육성 절실"

-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 의해 진보단일후보가 됐다.


"현대중공업이 민주노총 소속은 아니다. 동구에 있는 모든 민주노총 노조들과 함께 단일화 과정을 밟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현대중공업노조가 조합원들과 함께 처음으로 총선후보를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자 탄압과 조선산업 위기, 고용불안에 맞서 싸울 후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누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지켜 줄 것인가에 대한 조합원들의 판단에 따라 후보단일화가 이뤄졌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이달 10일과 11일 이틀간 조합원 1만3천300여명을 대상으로 진보단일후보를 묻는 투표를 했다. 김 후보는 이갑용 노동당 예비후보보다 많은 지지를 얻어 단일후보가 됐다.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울산 동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투표를 하지 않고 현대중공업노조 지지후보를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김 후보를 민중단일후보로 확정했다.

- 울산은 노동자 밀집지역이다. 공장 안 현장의 요구와 지역주민의 요구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현대중공업에서 사무직 정리해고와 생산직 전환배치 같은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폐업이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쉬운 해고를 금지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사내하청 노동자 고용승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세 가지 이슈는 지역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고용불안이 현실화하면서 지역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음식점 매출은 2년 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속속 폐업하고 있다. 조선산업을 육성·발전시켜 고용안정을 이뤄 내야 한다.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

"정권 탄압 맞서 진보진영 힘 모아야"

-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는데.


"이번 총선과 선거 이후에 진보진영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 아닌가. 거대한 정권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하나의 힘으로 단결해도 버거운 상황이다. 노동자·민중·진보진영에 대한 정권의 총체적 탄압이 가해지는 국면에서 약간의 생각 차이를 이유로 개별적으로 대응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

진보진영 전체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의 문제를 놓고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 하나로 뭉쳐 미래 대안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진보대통합은 조직된 노동자들이 먼저 시작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중심이 되고 농민이 힘을 모으고 빈민과 함께 대통합을 이뤄 나간다면, 모든 진보세력이 단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지역공약을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과제는 진보진영 총단결이다. 그 속에서 역할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 진보정당의 계속된 분열 탓인지 노동정치·진보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이 존재한다. 노동자의 도시 울산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학생 시절부터 울산지역 노동운동진영과 함께했다. 89년 단체협약 체결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벌인 현대중공업노조 128일 파업에 참가해 노동자들과 같이 구속됐다. 이어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동구에 눌러앉았다. 노동자 문화운동으로 사회를 바꾸는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연대의식을 키웠다. 구청장을 하면서도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 비정규직센터를 만들어 노동자상담을 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나갔다. 사회적으로 큰 과제인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행정기관인 구청에서 앞장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제 삶이 주민과 노동자에게 좋은 인식으로 각인된 것 같다. 노동자들의 무너지는 삶을 지켜 내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지역 노동자들이 이갑용 예비후보와 제가 힘을 합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반드시 당선돼 현대중공업 노동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이 88년 이후 다섯 차례 연속 당선한 지역이다. 정 전 의원이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 후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승리하고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 출신인 안 의원은 정 전 의원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지역구 물려주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이 야권후보 단일화 추진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김 후보와 이수영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의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연희 안철수팬클럽 울산지역장이 국민의당 후보로 완주의사를 밝혔다. 여야 일대일 구도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 여권후보는 한 명인데 야권후보는 많다. 야권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진보단일화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야당이라도 보수적 성향을 가진 정당과 함께하는 것이 맞는 일이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선거에서 단일화가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한 상황이어서 어려운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야권 입장에서 영남권에서 야권이 승리할 곳은 몇 손가락밖에 되지 않는다. 울산 동구·북구가 가장 가능성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민주노총도 동구를 전략지역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영남에서 새누리당 일당독재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는 광범위한 요구도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입장에서 야당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동구는 정몽준 전 의원과 그를 대리하는 인물이 28년 동안 재벌정치를 한 곳이다. 한 번도 바꿔 보지 못한 정치지형을 이번에는 바꿔 보자는 요구가 주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밝힌다면.

"울산 동구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진원지다. 노동운동에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진보진영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제 다시 한 번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받은 은혜를 갚을 절호의 기회다. 진보진영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다.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진보총단결과 정권심판, 노동자 삶을 지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종훈 후보는

- 1964년 7월 경북 경주 출생
- 1989년 현대중공업 128일 파업투쟁으로 구속
- 전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문화 간사
- 전 울산시의원
- 전 울산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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