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경남지부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대기발령을 명한 뒤 하루 종일 벽쪽 사물함만 바라보도록 자리배치를 한 사실이 드러나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21일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따르면 두산모트롤 직원 A(47)씨는 지난해 11월 사무직 20여명 대상 명예퇴직을 거부한 뒤 대기발령을 받았다. 문제는 그가 배치된 자리였다. 회사측은 일반 직원들과 떨어진 사무실 구석 사물함을 바라보는 자리에 그를 배치했다.

A씨는 아침 8시30분까지 출근한 뒤 하루 종일 벽만 보면서 자리를 지켰다. 10분 이상 자리를 이탈할 경우 팀장에게 보고해야 했고, 흡연이나 전화통화를 위해 자리를 벗어나는 것도 금지됐다. 스마트폰 이용이나 책읽기, 어학공부도 모두 금지됐다. 회사측은 “사규라도 읽겠다”는 A씨의 요구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A씨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대기발령 구제신청을 제기하자 회사측은 자리를 다시 배치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직원들과 동떨어진 사무실 내 조그만 원탁에 앉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뒤 A씨를 상대로 재교육을 시작했다. 회사는 과거 A씨가 직접 만든 교육자료를 이용해 교육을 했다.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를 피하려는 의도였다.

실제 회사측은 노동위원에 “재교육상 임시적으로 대기발령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위 역시 “재교육을 받은 뒤 진행된 발령에 문제가 있다면 그때 가서 구제신청을 내면 되지 않느냐”거나 “이번 대기발령으로 입은 임금손실이 크지 않다”며 A씨가 낸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A씨는 기술직 담당 업무인 자재관리 업무에 배치됐다.

노조 경남지부는 “이번 대기발령은 명예퇴직 거부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법원은 이 사건과 같이 명예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2개월 이상 장기간 대기발령을 한 경우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하고 있다”며 노동위 기각 결정을 규탄했다. 경남지부는 이어 “명예퇴직을 거부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모든 직원에게 똑똑히 보여 줌으로써 다시는 회사 방침에 반기를 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며 “두산은 전근대적 명퇴 종용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해당 노동자를 원직에 복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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