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침에 따른 활동보조인 시급은 6천800원 이상이다. 그런데 이 시급으로 현재의 노동법을 준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각종 수당을 포함한 실질 시급이 7천236원(최저임금 6천30원+주휴수당 1천206원) 이상 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복지부 지침을 지키더라도 활동보조인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보다 약 500원 낮게 책정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복지부 사업안내 따랐는데 노동법 위반?

그렇다면 6천800원은 어떻게 책정됐을까.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매년 활동지원급여(활동보조에 따라 활동지원기관에 주는 시급)를 책정하는데, 올해 활동지원급여는 9천원으로 정해졌다. 복지부는 급여의 75% ‘이상’을 활동보조인 임금으로 책정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최저임금이 실제 노동자의 임금이듯 복지부 지침이 활동보조인 임금이 된다.

문제는 복지부가 6천800원의 기준금액에 주휴수당이나 연차수당을 포함한다고 간주한다는 사실이다. 복지부는 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만을 언급할 뿐 그 이외 수당에 대해서는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근로계약서상 임금이 각종 수당을 포함한 포괄임금 형식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복지부가 앞장서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깊다. 2016년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8%(450원) 상승했지만,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인상 폭은 2%(200원)에 그쳤다. 활동지원급여가 활동보조인 임금과 직결되고, 현재의 6천800원으로는 최저임금을 지킬 수 없음에도 복지부는 이를 보완하지 않은 채 급여를 고지했다.

최저임금과 활동지원급여 간 인상 폭 차이로 말미암아 장애인활동지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다수 활동지원기관들이 법정 최저임금을 어긴다는 것을 ‘모른 채’ 복지부 지침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다가 헐레벌떡 대책을 마련 중이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임금을 맞추는 기관들도 낮은 활동지원급여로 인해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활동보조인의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수당이 발생하는 시간에 일을 못하게 하기도 한다. 복지부의 탁상행정으로 말미암아 활동보조인의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중증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제약받고 있다.

'노동'을 고려하지 않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처음 시작됐을 때부터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노동법은 하루 4시간에 30분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하지만 활동지원제도는 휴게시간을 넣어 설계되지 않았다. 활동보조인은 장애인 이용자의 배려에 따라 휴게시간을 보장받을 수밖에 없다. 근무 중 이동시간에 대해서도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없고,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불법적으로 해고하더라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활동보조인은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다. 하지만 요구되는 전문성에 비해 교육과 처우는 다른 사회복지 서비스직종에 비해 열악하다. 양질의 서비스는 양질의 인력에서 나온다. 활동보조인에 대한 처우는 장애인 이용자에게 전가된다. 이제라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활동보조인의 ‘노동’과 중증장애인의 ‘인권’ 측면에서 뜯어고쳐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인권위는 보고서에서 "바우처(voucher) 방식을 통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민간산업부문의 하청구조와 유사하다"고 적고 있다. 지자체와 국가는 서비스 책임을 민간에 내맡긴 채 규제와 규율만 부과하고, 그 속에서 활동보조인은 ‘하청노동자’로 신음한다. “진짜 사장 나와라”는 구호를 정부를 향해 외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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