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올해 안에 공기업·준정부기관에 저성과자 관리·퇴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공공기관 노사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입하거나 도입계획을 발표한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와 달리 각 기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진통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공공기관 노동유연화 3종 세트, 연내 시행되나

기재부는 지난 18일 발표한 ‘공기업·준정부기관 직원 역량 및 성과향상 지원 권고안’을 통해 116개 공기업·준정부기관에게 “인사규정 등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역량 및 성과향상 지원을 위한 제도를 구비하라”며 “직위해제 및 직권면직 등의 근거규정이 없는 기관은 근거조항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기재부가 “성과부진자의 관리·퇴출보다는 교육·배치전환 등 적응기회 제공을 통한 개인과 조직의 성과제고를 위해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저성과자 해고를 비중 있게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재부는 연내에 권고안을 시행하고 운영실적을 올해 경영평가지표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직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취업규칙이나 단협을 개정하라고 권고하고 있긴 하지만 경영평가지표에 반영되는 만큼 "무조건 도입하라"는 지침이나 다름없다.

기재부는 지난해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노동계 반발로 진통이 커지자 먼저 도입하는 기관에 경영평가 가점을 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가이드라인 발표 7개월여가 지난 같은해 12월 313개 전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마무리했다.

기재부는 올해 1월28일 권고안을 발표한 성과연봉제도 공기업은 상반기에, 준정부기관은 하반기에 도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한국전력·철도공사·농어촌공사 등 47개 기관을 선도기관으로 지정하고 4~5월 중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성과자 관리·퇴출제도에 대한 권고안은 197개 기타공공기관에는 강제로 적용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준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타공공기관 역시 정부 시책에 맞춰 서둘러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연말쯤에는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저성과자 관리제도라는 노동유연화 프로그램이 대다수 공공기관에서 시행되는 것이다.

정부, 공공기관 임단협 노골적 개입 의도

정부가 노동유연화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올해 공공기관 임금·단체협상이 어느 때보다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저성과자와 관련한 제도변경을 추진할 경우 그 내용을 각 기관 이사회 개최 15일 전까지 주무부처 장관과 기재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기관별 추진내용을 일일이 사전에 확인하고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복지수준 축소가 담긴 1차 공공기관 정상화와 관련해 노사합의 내용이 정부에 의해 번복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2014년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일부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제나 전체 공공기관 직원 중 70%인 4급 이상 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성과연봉제와는 달리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덩달아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노사갈등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5개 산별노조·연맹은 1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린 서울조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사측의 단체협약·취업규칙 개악을 거부하고 4월 총선에서 반노동자 정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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