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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인권침해, 더 이상은 안 된다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그 어떤 기업도 노동자들의 인권을 함부로 짓밟고 모욕적인 처우를 할 권한은 없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기업들은 1980년대 중반까지 ‘병영적 통제’로 노동자들을 관리해 왔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두발 자유화’를 요구할 정도였다. 87년 이후 사회 민주화가 확산되고 노동조합이 건설되면서 많이 바뀌었다. 노동자들의 인간선언과 인권침해에 대한 저항으로 현장은 조금씩 민주화됐다.

그런데 2000년 이후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아지고, 노동법 개악으로 노동자들의 권리가 침해되면서 현장에서 인권침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민주노총이 전국 8개 공단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했다. 그중 안산 반월시화공단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7%의 노동자가 인권침해를 경험했고, 비정규직의 64.2%가 인권침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폭언과 폭행, 그리고 감시·왕따와 차별 등 여러 형태의 인권침해를 경험한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반월시화공단 권리찾기모임 월담은 그 내용에 기초해 심층면접을 했고, 15일 안산시의회에서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인권침해 실태 토론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발표된 공단 노동자의 인권침해 내용은 참으로 심각하다.

화장실 가는 것을 통제하거나 물을 못 마시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건을 갖고 나가는지 확인하겠다며 가방검사를 하거나 여성 탈의실 라커 룸을 뒤지기도 했다. 반말을 섞어 가며 ‘아줌마’라고 부르거나 청각장애인 뒤에서 욕을 하기도 했다. 헤드록을 걸거나 폭행을 하는 등 폭력을 경험한 이들도 있고, 아파서 회사에 늦었다고 관리자가 면전에 서류를 집어던져 모욕감을 느낀 노동자도 있다. 작업에 방해가 된다며 휴대전화를 압수해 자물쇠로 잠가 놓는 회사도 있다. 부당한 일을 이야기하자 문자로 해고되고, 다친 노동자를 뺑뺑이 돌려서 결국 그만두게 만들기도 하고, 관리자들의 성희롱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심각한 인권침해가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반월시화공단 노동자의 55.7%가 이와 같은 인권침해를 경험했다는 것은 이미 현장이 ‘기업 천국, 노동자 지옥’이 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사업장이 단지 생산성 향상만을 위한 공간이 될 때 그 안에 ‘인간’이 차지할 공간은 없다. 작업 과정이 노동자들의 지혜와 협동에 기대지 않고 단지 관리자들의 통제에만 기대어 이뤄질 때 그곳의 노동은 노예노동과 다름이 없다. 일상적인 욕설과 감시·폭력이 자행되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즐겁게 열심히 일할 수 있겠는가. “무섭다. 내가 기계가 돼 버릴 것 같다”고 절규하는 노동자가 나오고 있다.

반월시화공단에서 인권침해가 심각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반월시화공단은 대다수가 중소·영세 사업장이며 대기업의 하청·재하청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하청업체들은 원청 대기업의 압력 속에서 무조건 기일을 맞춰야 하고 생산량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니 노동자들을 다그쳐서 일을 시키려고 화장실도 못 가게 하고, 월차도 못 쓰게 하는 것이다. 또한 물량 변동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잘라 내는 수단으로 인권침해를 활용하기도 한다.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모욕을 줘서 쫓아내는 것이다.

인권침해가 일상화되면 노동자들은 상처를 입고 자존감을 잃는다. ‘회사가 원래 그렇지’ 하고 포기하고, 관리자들이 자신들에게 함부로 해도 참으며, 때로는 내가 일을 못하기 때문에 이런 피해를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존감의 훼손, 인간존엄의 훼손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포기하고 적응하는 것은 문제제기를 할 경우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한다고 대답한 노동자는 45.6%였다. 항의를 해도 전혀 바뀌지 않거나 더 심해진다고 답한 노동자는 66.7%나 됐다. 이렇게 무력한 구조 안에서 노동자들은 대응할 힘조차 잃는다.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 이렇게 인권을 침해하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으려면 노동자들이 조직돼야 한다. 그와는 별개로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있다. 현행법으로도 직접적 폭력이나 성희롱은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모욕적 처우와 감시행위, 그리고 폭언·왕따 등 그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노동자들이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인권침해에 대해 사업주를 교육하고 처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업주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 취업규칙 일방변경 지침이 아니라 작업장에서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며, 노동자들이 스스로 신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야말로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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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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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민 2016-08-08 19:15:32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그 어떤 기업도 노동자들의 인권을 함부로 짓밟고 모욕적인 처우를 할 권한은 없다.라는 위의 말같은 생각을 많은사람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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