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이) 노동개악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고 투쟁 중인데, 개인의 정치 성향에 따라 가니까 안타깝다."

한국노총 현직 임원 3인(이병균 사무총장·김주익 수석부위원장·임이자 여성담당 부위원장)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신청 파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내부는 "새누리당 심판하자더니 공천신청이 웬말이냐"는 비판론과 "여당에도 노동자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옹호론이 맞서 혼란스럽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한숨을 내쉬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규약까지 개정했는데 결국…"

공천신청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건 지난 14일이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주 내내 속을 끓였다. 임원 3인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신청 의사를 알고 있었던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임원들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0일 한국노총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대의원대회 결의에 따라 총선에서 기필코 반노동자 정권과 정당을 심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다. 그는 2014년 치러진 제25대 임원선거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된 이병균 사무총장의 공천신청마저 만류하지 못해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피선거권을 제약할 수는 없지만 상식선이라는 게 중요하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역대 한국노총 선배들이 대의원대회에서는 (정치권에) 안 가겠다고 말하고 3개월 있다가 나가는 일이 많았다. 노동현장의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규약까지 개정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 답답하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2월 대의원대회에서 규약을 개정해 위원장의 정계진출을 금지하고, 임원 역시 정계진출시 중앙위원회의 추천 혹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규약은 개정해서 뭐 하나'라는 불신과 실망만 더하게 됐다. 김주익 수석부위원장이 15일 사직서를 내고 짐을 빼서 나갔고, 이날 이병균 사무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현직 임원의 정계진출에 따른 규약위반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할 말은 많다"면서도 "그래도 인생을 걸고 (한국노총을) 나가 면접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안 좋은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고 말을 아꼈다.

"선거 때마다 휘둘려 … 노동자정당 아쉽다"

한국노총의 '총선심판론'이 시작하기도 전에 꺾인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반노동자 정당 심판투쟁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 공천신청 임원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만큼 조직과 개인은 별개"라며 "하루빨리 조직을 추스르고 총선에서 반노동자 정당 심판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정당' 창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선거) 계절이 올 때마다 노동자들이 이리저리 휩쓸리는 지금의 상황이 서글프다"며 "노동자들을 위해 입법활동을 하고 노동자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진짜 노동자정당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이 너무 아쉽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융노조 위원장 시절 민주노동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이전투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다면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원내교섭단체까지 될 수 있지 않았겠냐"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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