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 노동당


서울 신림동 고시원의 비좁은 방 안에서 홀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대학생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보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국회의원 후보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용혜인(26·사진) 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이야기다. 세월호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로 이름을 알린 용 후보는 4·16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권기행 같은 사회활동도 한다. 용 후보는 지난 11일 경선을 거쳐 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1번이 됐다.

그 역시 알바를 전전하며 먹고사는 청년 중 한 명이다. 선거회의를 하다 지하철이 끊겨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청년이다. 첫 번째 관심사도 청년문제다. 용 후보는 정치를 "짓눌린 사람들이 함께 수레바퀴를 들어올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청년문제에 대해서도 "우연히 굴러온 수레바퀴에 깔리는 개인적인 불행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법원 인근에서 용 후보를 만났다.

알바·취업에 짓눌린 대학생이 말하는 정치

- 정치참여를 결심한 계기는.


"정치학을 전공해서 정당정치 영역에 관심은 있었다. 2010년 진보신당에 가입을 했지만 당적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직접 활동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그만두고 정치권력과 직접 부딪힌 경험이었다. 특히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진상규명법) 여야 협상 과정에서 당시 협상대표였던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유가족들에게 '협상 전권을 달라'고 했다. 3만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민 600만명의 서명을 받아온 유가족들에게 그러는 걸 보고, 이들의 정치 속에 우리가 없다는 걸 절감했다.

그러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실업 대책이라며 노동개혁 정책까지 내세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주위 친구들과 논의하면서 총선 출마를 결정했다."

- 알바노조 활동도 했는데.

"20살에 강남의 한 호텔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알바를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교통비 5천원이 없어 학교에 못 간 적도 있다. '왜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던 중 알바노조가 만들어져 가입했다. 처음으로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야'라고 말해 준 곳이다."

- 청년 비례대표 후보다. 선거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나.

"가장 큰 건 비용 문제다. 국회의원선거 기탁금이 1천500만원인데 비례대표 후보는 후원회를 모집할 수도 없다. 청년들이 감당하기에 부담이 너무 크다.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어 대출을 받으려 한다.

또 언론이 잘 다뤄 주지 않는다. 나와 조은비 새누리당 후보가 동갑인데, 언론은 청년후보들이 어떤 정치를 하고 싶느냐보다는 나이 같은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소수정당은 더욱 배제된다."

- 소수 원외정당 후보로 느끼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왜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에서 출마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꽤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이나 기아자동차 고공농성 노동자처럼 언론·정치에서 외면받고 농성·단식으로밖에 제 존재를 알릴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끝까지 같이 싸운 게 노동당이었다. 그래서 노동당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싶었다. 출마한 만큼 목표는 당선이다. 쉬운 조건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세월호 활동 과정에서 만난 청년들이 도와주고 있다. SNS 홍보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100여명쯤 된다. 단체카톡방을 만들었다."

"헬조선에 필요한 건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

- 선거 슬로건이 '청년에게 소득을'이다. 청년에 대한 지원보다 소득에 방점을 둔 이유는.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흙수저 같은 이야기의 핵심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을 하고 결혼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지금 청년세대는 아니다. 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핵심은 안정적인 소득보장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청년일자리 정책이다. 노동당이 최저임금 1만원과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청년문제는 보수든 진보든 외면하지 못할 수준으로 심각해져 있다. 구직활동을 열심히 한 청년들에게 수당을 지원해 주거나, 사회참여 활동을 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줘서 지역에서 현금처럼 쓰게 해 주는 식의 대책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취업 과정을 좀 지원해 준다고, 일자리수만 무작정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모든 정당이 이를 인식하고 있지만 근본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 완화하는 수준의 정책만 내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년이 시혜를 받는 대상으로 간주되는 경향도 생긴다.

청년들의 문제는 단순히 20대라서 겪는 일이 아니다. 수십년간 쌓인 저임금·불안정 일자리 문제,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가 청년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청년들에게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단순히 청년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사회불평등 해결책이기도 하다."

- '최저임금 1만원법'과 국민에게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보장법' 제정은 노동당 1·2호 공약이다. 구체성·현실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는데.

"아주 불가능하거나 급진적인 공약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저임금체제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정부 주도로 최저임금이 인상된 것도 이를 인정한다는 얘기다. 기본소득 30만원을 지급하려면 연간 170조원 정도 드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재벌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면 200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조세개혁을 이루면 기본소득을 30만원씩 지급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한 주장이 갖는 영향력은 결국 그 주장을 하는 세력의 힘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공약을 관철시킬 사회적 힘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다. 노동당 국회의원 한 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사회적 운동을 만들어 낼 수는 있다."

"청년에게 시혜·선심성 공약 아닌 근본 해결책 말하고 싶어"

- 노동당 공약 중 소개하고 싶은 공약이 있다면.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 특별법 제정이다. 한국은 최장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다. 수출 중심 경제성장이 불가능한 저성장시대에 들어섰다면 노동시간을 줄여 기존 일자리를 나눌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만든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 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서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가.

"청년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당내 비례대표 후보 경선 기간에 전국 순회 당원간담회를 하면서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 돈이 없어 자존감마저 떨어지고 힘들어하는 청년들, 일과 잠만 반복하는 삶이 힘들다는 청년들이 많았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탈조선' 비용을 마련하려고 주 6일 하루 10시간 일한다는 청년을 만났다. 그런 사람이 딱 하루 있는 휴일에 쉬지 않고 간담회장을 찾아왔다. '내가 왜 힘든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 위로받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노동당이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정당, 너희가 힘드니 뭘 해 주겠다는 말보다는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간담회를 계속하는 한편 노동당의 정책대안과 의제를 알리는 공중전 성격의 정책토론회를 할 계획이다. 다음주 일요일에는 조성주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와 토크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용혜인 후보는

- 1990년 안산 출생
- 세월호 참사 추모 침묵행진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
- 416연대 운영위원
- 노동당 청년학생위원장
- 인권네트워크 ‘사람들’ 대표
- 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 전 삼척핵발전소 반대, 생명평화의 초록농활 동막7리 마을대장
- 전 알바노조 대학팀장
- 전 세월호 1주기 PROJECT 토크콘서트 ‘사람들’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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