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포함한 노동기본권 문제에 대해 대부분 정당이 박약한 인식을 드러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총선 노동·민생정책 공약 비교평가 대토론회’에서 강문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이 내놓은 총선공약에 노동기본권에 대한 사항이 하나도 포함돼 있지 않다”며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정권교체를 표방하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노동기본권에 대한 적극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노동정책 핵심은 노조조직률·단협 적용률 확대"

양대 노총이 10대 노동정책 요구안을 보낸 4개 정당 중 정의당만 유일하게 노동기본권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정의당이 이달 9일 내놓은 ‘노동이 희망이 되는 대한민국’ 공약에는 △초중고 노동인권교육과 아르바이트 권리 보호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근로조건 향상 △20대 국회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교원·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완전한 참정권 보장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비자 도입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변경 △노조 설립신고제 개혁으로 노조 결성 자유 보장 △산별교섭 제도화와 단체협약 효력 확장 △노동위원회 독립성 강화와 노동법원 중장기 추진 △공격적 직장폐쇄 금지와 파업시 손해배상·가압류 금지 △노동·경제문제를 다룰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한 내용이다.

강 변호사는 “정의당을 제외한 각 정당은 노조로 조직화된 노동자 비율이 전체의 1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노동기본권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기본권 확대·강화는 비단 조직노동자의 노동 3권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조직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 있어 입법적 조치나 노동행정 강화만으로는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노조 조직화 지원을 위한 입법을 주문했다.

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노동정책의 출발점은 노조조직률과 단협 적용률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노동절 대국민 연설에서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히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했는데 이 말이 진리”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노조조직률과 단협 적용률이 10% 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폴란드의 노조조직률(20%대)이나 단협 적용률(30%대)과 큰 차이를 보인다”며 “노조조직률을 20% 이상으로, 단협 적용률을 30~40%로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정책의 1차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말로만 공정사회 외치면 경제민주화 되나"

총선공약이 경제민주화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한 평가도 이뤄졌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양대 노총은 △원·하청 불공정 거래 해소를 통한 공정한 기회 보장 △재벌에 편중된 부의 사회적 배분 △노동자 경영참가를 포함한 민주적 의사결정을 골자로 하는 정책요구안을 각 당에 보냈다.

각 당의 입장을 분석한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새누리당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와 이를 통한 성장 과실의 사후 배분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되풀이하며 새로운 정책수단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공정사회’라는 용어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공약 내용이 성장 중심에서 분배 중심으로 이동했지만, 당의 지향성은 둘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공정사회’라는 화두는 있지만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공약은 노동계 요구와 방향성이 일치한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정의당은 체계적인 정책구성으로 경제민주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책의 방향타를 좌우할 핵심 공약이 ‘전 국민 월급 300만원 시대’라는 문구로 표현된 것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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