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적용률을 올리는 방안에 대한 마지막 글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수년째 10%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더 떨어지지도 않고 더 올라가지도 않는다. 더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노동조합의 조직화 노력 때문이고 더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증가하는 노동시장에 원인이 있다. 비정규직·고령자·경력단절여성 노동자 증가는 고용률을 올렸지만, 이들의 노조 조직률은 터무니없이 낮다. 2014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서 비정규직 조직률은 1.4%에 불과하다.

노조 조직률이 낮다는 것은 노동자 권리보장이 미약하다는 의미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나쁘다는 뜻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미비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을 올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이 당장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이 조직화에 힘을 쏟았지만 결과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는 조직화 전략만으로는 노동권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다고 조직화 노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새로운 대안으로 논의된 방안이 단체협약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단체협약을 확장한다는 것은 비조합원, 즉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에게도 단체협약을 적용하는 것이다. 단체협약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만 적용받아야 하는 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단체협약을 비조합원에도 적용하자고 할 때에는 무임승차 논란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비정규직이나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 비중이 높은 경우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기업별 교섭체계에 익숙한 상황에서 노조를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법에서 정한 최저 수준의 근로조건만 보장받고, 대기업 노동자들은 최고 수준의 단체협약으로 보호받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아픈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단체협약 적용을 확대하는 제도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의미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떻게 소규모 영세 사업장까지 단체협약을 확대할 수 있을까. 단체협약 적용을 확대하는 제도는 이미 유럽 국가에서 정착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35조(일반적 구속력)와 제36조(지역적 구속력)에 단체협약을 확대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35조로 단체협약 적용을 받는 수는 27만명 수준이다. 게다가 36조를 적용받는 대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 36조는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논의된 것은 노조법 35조와 36조를 개정하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보다 강력한 국가의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 이상적으로는 유럽 국가처럼 정부 차원에서 단체협약위원회를 꾸려 단체협약을 강제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도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을 생각한다면 너무 먼 이상이다.

그렇다면 현재 수준에서 고민할 수 있는 방안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노사민정협의회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노사정위원회가 현안에 대해 노사정 간 의견을 협의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업종별로 표준 단체협약안을 도출하는 정도의 위상으로 높이자는 것이다. 노사정 간에 표준 단체협약을 도출하면, 노동조합이 표준 단체협약을 수용할지 아니면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할지를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특히 그 선택권을 노조뿐만 아니라 노사협의회까지 확대한다면,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대상자는 상당히 올라갈 것이다. 이런 방식은 단체교섭을 외부화하는 방안과 일맥상통한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 단체교섭으로 인한 불필요한 교섭비용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단체협약 적용 대상을 소규모 영세 노동자로 확대하는 다양한 노력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체제를 구축하는 시작이라고 본다. 노조가 이런 방안에 더욱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조직력을 확대하는 노력도 계속해야겠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확대하면 노동자 권리는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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