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그는 여러 차례 노사·노정 사이의 신뢰와 타협을 강조했다.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사는 관계니 어떻게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최근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새누리당 단수후보 공천을 따낸 장석춘(59·사진) 후보(구미을)는 "최선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20년을 넘긴 노동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노총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고용노동 특별보좌관으로도 일했다. 그는 “의정활동 기회가 주어지면 경직된 노정관계를 풀고, 서로 간 이견을 좁히는 중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노동운동 근거지이자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구미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기업 유치와 청년일자리 창출로 구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장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11일 오후 구미 인동북길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됐다.

노동계·정부, 대화·토론으로 접점 찾아야

- 구미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


“고향은 아니지만 구미는 개인적으로 무척 애착을 갖고 있는 곳이다. 1990년대 초 LG전자노조 구미지부장으로 취임하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노동운동을 하며 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쏟았다. 당시에도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많이 했다. 전자제품이 귀하던 시절 LG제품뿐 아니라 제조사와 상관없이 노조가 주축이 돼 지역주민들이 쓰던 고장 난 TV 같은 제품을 무상으로 수리해 줬던 기억이 난다. 고마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노조가 주축이 된 1사1촌 운동이나 노조간부·조합원들이 농번기 때 농민들의 일손을 돕던 일도 기억이 난다. 20대 초반 구미 고아부대에서 군생활을 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22년 동안 거주한 제2의 고향이다. LG전자노조 위원장이 되면서부터는 주로 서울에서 활동했지만, 1년 전부터 다시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 같은 당 현역 의원을 누르고 단수공천을 받았다.

“노동운동을 하며 지역주민들과 오랫동안 소통해 왔던 것이 어필한 것 같다. 지역 산업·경제·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누구보다도 눈이 트였다고 자부한다. 한국노총 위원장에 이어 대통령 고용노동 특별보좌관으로 일한 경력도 감안된 것 같다. 이 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산업도시인 구미에 신규투자를 유치하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구미는 전통적인 여권 강세지역이다. “새누리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명제가 오랜 기간 어김없이 증명돼 왔다.

그런데 장석춘 후보에게 공천권을 내준 3선의 김태환 의원은 인터뷰가 이뤄진 이날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장 후보는 이에 대해 “출마자들 모두가 경쟁력을 갖춘 분들인 만큼 4월 총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노총 위원장과 대통령 고용노동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국회에 들어가면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노동운동은 사회에 꼭 필요한 운동이다. 그런데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많다.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과 함께 국민 삶의 질도 동시에 끌어올리는 대안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정부·여당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배타적이고 경직돼 있다. 자기 주장만 펼칠 뿐 남의 얘기를 듣지 않는다. 토론문화가 없다. 두 영역을 대표하는 사람의 문제일 수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나 파견 허용업무 확대 같은 노동정책도 노동계와 정부가 대화의 폭을 넓히고 소통을 강화하다 보면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대하지만 정부로서는 국민 전체의 일자리 문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이해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노동전문가가 부족했다. 2009년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일하며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을 아우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노동계와 정부가 쌓은 불신의 벽을 허물고, 이견을 좁히는 가교 역할을 해내는 것이 의정활동의 주요 목표다.”

"차세대 먹거리 유치해 구미 심장 살린다"

- "구미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겠다"는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생산기지가 구미를 떠나면서 최근 들어 인구가 40만명 초반까지 줄어들었다.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워 주려면 투자가 절실하다. 구미 5공단에 대기업 신규 투자가 유력한 전기자동차 부품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 구미 공단운동장에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기대되는 전자의료기기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그런데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서 사업이 정체된 상태다. 의정활동에 나선다면 전자의료기기 특화단지 조성을 '구미 100년 먹거리 마련 핵심전략 사업'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구미시를 연구소와 생산기지를 결합한 전자의료기기 허브도시로 만들어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인구 50만명 시대를 열어 구미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 것이다. 농업인들을 위한 정책도 추진하겠다. 구미는 과거 선산군이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도농복합도시다. 수만명의 농업인들이 양질의 쌀을 생산하는데 정작 판로가 없다. 농업인들의 소외감이 크다.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과 협약을 체결해 구미에서 생산된 쌀이 지역 안에서 유통되도록 만들겠다.”

- 산업단지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90년대만 해도 노동자들의 인권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그런데 요즘 노동위원회 결정과 법원 판결을 보면 노동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전파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기존 제도를 성실히 준수하면서 노사가 서로 피해에 직면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노사를 만나 민원을 듣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킬 것이다.”

"노정관계도 결국 사람의 문제"

-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뿌리 깊은데.


“모두가 말로는 청렴을 외친다. 정치인이 현장이나 지역주민과 멀어지면 사익이 끼어든다. 지역주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의정활동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도덕은 정치인에 대한 시대적 요구다. 도덕성을 재는 잣대는 꼼꼼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의식적으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겠다.”

- 노동계를 위해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부·여당의 노동정책을 야당과 노동계에 설득해 타혐점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청년일자리 문제는 국가 당면과제가 됐다. 당장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자리 질도 문제인데, 그것은 기업과 정부의 책임이 보다 크게 요구되는 영역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 주체들이 이해와 양보를 통해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노동계도 이제는 요구만 하는 시대에 머무르지 말고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총연맹의 역할이 크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노동계와 정부, 서로의 사정을 잘 안다. 사회적 비용을 줄여 나가는 중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 아니겠는가. 누가 어떻게 중재를 했느냐에 따라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노동계와 정부 간 타협을 이끌 적임자라고 자부한다. 20년 이상 노동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합리적 실용주의 노선에서 입법을 하고 일자리 정책을 만들고 싶다. 일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일자리를 갖고, 젊은 시절 흘린 땀에 대해 국가가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제시할 것이다.”
 

장석춘 후보는
- 1957년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출생
- 구미 청암고 졸업
- 전 LG전자노조 위원장
- 전 한국노총 위원장
- 전 대통령 고용노동 특별보좌관
- 현 미래고용노사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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