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외환위기 당시에도 불황을 몰랐던 포항 경기가 철강업 불황으로 말이 아닙니다. 노조도 경영상황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회사가 정부의 노동개혁 분위기에 휩쓸려 2대 지침을 도입한다면 강대강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 존재를 부정하는 2대 지침을 어떻게 받겠습니까.”

서민호(48·사진) 금속노련 포항지역본부 의장은 지난 11일 오후 포항 남구에 위치한 지역본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를 만나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서민호 의장은 ㈜대호피앤씨노조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철강 생산업체인 대호피앤씨도 철강업 불황이라는 풍랑을 맞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3.8% 감소한 90억8천만원을 기록했다.

포항지역 노조들은 회사가 올해 교섭에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변경을 요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사측이 고용노동부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에 따라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 의장은 “올해는 노사 모두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 교섭을 잘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정부가 지침을 발표하면서 노사갈등 불씨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 올해 임금·단체교섭을 어떻게 전망하나.

“철강업계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이 지난해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에 올해 추가 구조조정을 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속노련이 요구한 임금인상 요구안을 교섭에서 따낼 수 있을지 고민이다. 노조도 철강업계 경기가 안 좋은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올해는 정부의 2대 지침 때문에 교섭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회사가 2대 지침을 핑계로 저성과자 해고제를 도입하고 취업규칙·단체협약을 개악하자고 요구하면 투쟁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 2대 지침에 대한 단위노조의 분위기는 어떤가.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달리 성과평가를 하기 어렵다. 생산속도가 늦춰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앞 공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누구 때문인지 알기 어렵다. 앞 공정에서 문제를 일으켰는데 뒷 공정에 있는 사람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회사도 라인에서 성과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취업규칙 변경도 마찬가지다. 회사로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성과급 지급요건을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과연 그런가. 무슨 기준으로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겠나. 노조가 취업규칙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에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2대 지침 도입을 어떻게 막을 생각인가.

"저성과자 해고와 근로조건 개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회사에 선제적으로 밝힐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가 이를 요구한다면 투쟁에 나설 생각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부 노동개혁 분위기에 편승해 단체협약을 개악하고 저성과자를 내보낼 수 있는 적기라고 오판할 수 있다.

제조업은 노동자 한 사람이 잘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생산라인은 팀워크가 중요하다. 당장 눈엣가시 같은 취업규칙을 후퇴시킬 수는 있겠지만 결국 노동자 근무욕구를 저하시켜 불량률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다. 노사 모두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 철강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은.

“경영상황이 나쁘지 않은데 구조조정을 한다면 투쟁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라면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을 한다면 첫 대상자는 노조위원장이어야 한다. 경영상황이 좋아지면 채용하는 것을 전제로 위원장이 먼저 구조조정 대상자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회사도 무분별하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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