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은 총선공약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노동공약에 대해서는 인색한 것 같다. 과거 총선과 대선에서 볼 수 있었던 비정규직 공약이 거의 실종 지경이다. 올해 새누리당은 일자리 공약 이외에는 찾을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로 요약된다. 정의당이 그나마 고른 노동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곤란하다. 아니 위험하다. 노동이 실종된 20대 총선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다. 20대 총선에서 꼭 이행돼야 할 공약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이 짚어 봤다.


비정규직 사유제한·차별해소 입법이 관건이다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노동시장 양극화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고용형태 자체를 부정하거나 도외시할 것이 아니라 비자발적 비정규직 일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올바르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특수고용·간접고용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들을 차단하고 특수고용·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며 정규직화를 실현해야 한다.

비정규직 규모 확대와 차별 심화가 점점 구조화·고착화되고 있는 현재 조건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하며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로 조직화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 처방이 절실하다. 비정규직 2대 해법인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채용을 핵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차별 시정의 대전제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입법을 축으로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특수고용 노동자성 보장이 병행돼야 한다. 여기에 생활임금제도 확대와 맞물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당장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행하고자 하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부터 저지해야 한다.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반드시 입법화해야
 

▲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근로시간단축을 위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것이 반드시 공약화되고 20대 국회에서는 입법화돼야 한다. 다만 2012년 기준으로 상용직 934만명 가운데 119만명이 주 52시간 넘게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당이 제출한 법안은 4단계로 나눠 실시하는 방안인데 3단계 이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 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도 당분간 허용할 수밖에 없다. 6년~10년까지 허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다만 1년에 절반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

정부·여당 안대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되, 해당 업종에서 특례가 필요 없는 직종은 제외해야 한다. 또한 특례를 허용하더라도 주 56시간 근무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둬야 한다.

시외버스나 농어촌 지역 버스업체의 경우 근로시간 상한선을 두면 노선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보조를 늘려야 한다. 근로시간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농업 사업장·감시단속 업종에 대해 실태조사를 거쳐 단계적으로 법을 적용해야 한다. 대기업의 장시간근로를 부추기는 포괄임금제를 줄여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노동자도 ‘기본권’ 좀 가져봅시다
 

▲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대변인)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나라 안팎에서 이미 악명이 높다. 노조법이란 이름을 달고 정작 노조활동을 가로막는 데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제한하고 산별교섭을 보장하지 못하는 등 이미 기업을 넘어 산별로 가고 있는 한국의 노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늘어만 가는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원청 사용자성 확대에도 침묵하고 있으며, 심지어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니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와 폭넓은 필수유지업무제도 등 단체행동권은 아예 터부시되고 있는 지경이다. 교사-공무원 노동조합은 아예 법외노조 상태에 머물러 있다.

17대에서 19대까지 새 국회가 들어설 때마다 노조법 개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온전히 실현된 적이 없다. 노동을 경제의 하위 파트너로 보는 천박한 관점과 ‘필요하긴 한데 어쩔 수 없다’는 현실정치의 도피, 그 중간 어디쯤에서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지금도 표류하고 있다.

부디 20대 총선에서는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전면 개정’ 공약이 등장하길 바란다. 내용은 이미 다 나와 있다. 명운을 걸고 이를 실현할 정치가 없을 뿐이다.


차별 속에 던져진 여성노동자 더 이상 외면 말라
 

▲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

비정규직 상당수가 여성노동자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 무기계약직이라는 이름만 붙여 놓고 정규직과의 차별을 당연시 하는 것도 바뀌어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안정·차별철폐가 이뤄져야 한다. 비정규직 가운데에서도 특히 노동조건이 나쁜 간접고용 양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아웃소싱 규제가 정답이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너무나 낮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여성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이유다. 또 여성노동자들은 임신·출산·육아과정에서 차별을 받는다. 비정규직 대부분은 출산·육아휴가를 사실상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현 제도는 출산휴가를 전후해서는 해고를 하지 못하게 하지만 육아휴직 이후에 대한 고용안정책은 미비하다. 여성노동자들이 출산·육아를 이유로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정부 지원이나 대책이 필요하다. 총선에서 각 정당이 대답해 주길 희망한다.

시간제 일자리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을 반대한다. 시간제는 4대 보험 가입률도 20% 미만이고 근속기간도 짧고 임금도 낮다. 나쁜 일자리다. 사용자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일제 일자리를 시간제로 쪼개고 있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는 전일제 좋은 일자리를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의해 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생색내기 아닌 실질적인 청년구직 지원대책 내놔야
 

▲ 김주호 2016총선청년네트워크 간사

2016총선청년네트워크에서 20대 총선을 맞아 몇 가지 요구안을 내놓았다. 이 중 주요한 청년노동 정책요구로는 구직지원수당 지급과 최저임금 1만원이다. 청년실업은 심화하는데 구직을 위한 부담이 모두 개인이나 가계에 쏠려 있다. 그동안 정부가 취업성공패키지 등의 제도를 통해 기업에 지원금을 줘 고용촉진을 시도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청년고용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렇다면 직접 청년당사자에게 구직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월 50만원씩 6개월~12개월 동안 지원해 주자는 거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방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년들은 대체로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일자리에서 일한다. 그런데 최저임금 자체가 너무 낮아 청년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다. 임금수준이 지금보다 대폭 올라야 한다.

정부도 지난 연말 청년일자리를 위한다며 노동개혁이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외쳤는데 실제 청년을 위한 것인지 친기업 정책을 펼치기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가 많은 청년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말 청년을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인지 유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청년들도 더는 속지 않는다. 실제 정책과 성적, 이행의지를 보고 투표할 것이다. 더는 거짓말 말고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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