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 이수봉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재벌·기득권 세력의 부당이득 환수와 이를 통한 국민 기본소득 보장.' 인천 계양갑에 출사표를 던진 이수봉(55·사진)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제시한 국가 운영 비전이다. 이 예비후보는 84년 인천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노조 운동가다. 30여년 동안 용접노동자와 사무직을 오가며 보건의료노조의 전신인 전국병원노동조합연맹(병원노련),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 활동을 했다. 그가 노동계에 남긴 마지막 족적은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이다. 2012년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대선캠프에 합류하며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수봉 예비후보는 “노동운동과 대중 간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기득권 담합구조 해체’와 ‘비정규직 제한법 제정’을 의정활동의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 위치한 이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청춘을 바친 노동운동, 현실은 그대로

-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했다. 소회를 말해 달라.

“대학 재학 중에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정부가 대응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배포하고 다니다 1년간 옥고를 치렀다. 고문을 받으며 죽음을 넘어 자기 존재를 걸고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뭘까 고민했다.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그때 최소한의 답은 얻었다. 타인에게 고통을 강요하거나 이를 방조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무척 열악했다. 자본의 노동착취가 눈에 띄었다. 84년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용접기와 프레스기를 잡는 공장노동자 생활을 5년 정도 하다가 병원·공장·사무직 등 다양한 업종에 몸담으며 산별노조운동을 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도 주요한 활동 영역이었다. 노동자로, 노조간부로 살며 청춘을 보냈다.”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청춘을 바쳤는데 현실은 그대로였다. 노동운동의 한계를 절감했다. 예컨대 우리나라 산별노조운동은 형식만 있다. 독일처럼 형식과 내용을 모두 품지 못했다. 노동운동이 임금인상 투쟁이나 내부 정파갈등에 묶여 근본적인 사회변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월급쟁이로 살려고 노조간부가 된 게 아닌데, 그렇게 돼 가는 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 촛불집회와 ‘안철수 현상’을 목격하면서 대안을 꿈꾸기 시작했다. 안철수 대선캠프에 합류해 노동센터 집행위원장으로 일하며 대선 노동정책을 설계했고, 이후 수석보좌관 역할을 하며 정계에 발을 디뎠다.”

- 국민의당은 진보라기보다 중도를 표방하는 것 아닌가.

“민주노동당은 정파 갈등으로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한계를 보여 줬다. 우리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겪었는데 사회의 본질적 문제들이 해결됐나. 재벌에게 휘둘리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노동자들에게 굉장히 큰 실망을 안겼다.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쳤는데, 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할 수 없었다. 2012년 10월 안철수 대표를 만났다. 안 대표의 배경과 살아온 과정을 봤을 때 재벌 기득권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물론 노동 현장의 어려움은 잘 모르지만 그런 것은 나 같은 사람들이 조정해 반영할 수 있다. 실제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캠프 내부에서 정책 투쟁들이 있었다.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노동자 중심으로 정리됐다. 국민의당이 초기라 구체적인 정책을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노선 경쟁을 거쳐 당시의 내용들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본다. 기계적인 셈법으로 진보·보수 사이에 낀 중도라면 나도 반대한다. 중요한 것은 품고 있는 내용과 본질이다.”

"기득권 담합 방치하면 대한민국 가라앉는다"

- 지역 현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계양 지역에 굴포천이 흐르는데 5~6급수다. 수질이 매우 좋지 않다. 중간에 굴현보가 설치돼 있어 아라뱃길 쪽으로 물이 흐르지 못해 그렇다. 따지고 보면 서울사람들의 맑은 물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 굴현보를 터뜨려 물을 순환시켜야 한다. 이를 성사시켜 계양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이익을 해소하겠다. 공약을 만들 때 주민들을 만나 보니 도서관이 부족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더라. 책 읽는 도시라는 인천의 별칭에 걸맞게 여러 공공도서관을 확보할 것이다. 지역 어르신들이 도서관에서 유소년 돌봄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맞벌이와 한 부모 가정의 고충도 해결하겠다.”

- 국민의 대표로서 어떤 의정활동을 할 생각인가.

“우리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1%도 안 되는 기득권층이 99% 국민의 등골에 빨대를 꽂고 착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빨대를 뽑아내지 않으면 모두 다 죽는 ‘헬조선’이 된다. ‘링컨법’으로 불리는 부당재정환수법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이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부당한 방법으로 국가의 세금이나 예산을 낭비·편취할 경우 징벌적 배상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이 조직범죄 처벌법이다. ‘리코(RICO)법’처럼 기업이나 범죄 집단이 가격담합 같은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할 경우 국가가 이를 모두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미국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법이다.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미국이 그래도 망하지 않고 왕성한 경제활동으로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법을 통해 왜곡된 담합구조를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범죄 처벌법을 개인에게 적용한 범죄수익환수법까지 도입한다면 국가가 약 54조원의 재정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이미 고갈된 상태다. 머지않아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54조원을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데 써야 한다. 4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의정활동 기회가 주어지면 3가지 법안을 통과시켜, 현재 소수만 주장하는 기본소득 담론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기틀을 마련하겠다.”

"노동의 가치가 곧 존재의 가치"

이 예비후보는 지난 2009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강남훈·곽노완 공저)>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자본주의를 지속하기 위해선 복지사각 지대를 완전히 없애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해법이 기본소득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벌과 기득권의 담합구조를 지금과 같이 방치하고,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찾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세월호처럼 두 번 다시 떠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정식 후보자가 되면 내걸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도 “빼앗긴 돈 100조, 되찾아 드리겠습니다”이다. 앞서 말한 54조원에 더해 국가의 여러 예산 낭비를 줄여, 이를 국민 복지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데 쓰겠다는 각오다.

- 노동자를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을 소모품으로 보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비정규직이 양성화됐다. 기간제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상시·지속 업무에는 정규직만을 채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 동일가치 노동에는 동일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제화할 것이다. 노동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노동의 가치는 존재의 가치와 같다. 그런 비전을 갖고 노동관련법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30년 동안 노동·빈민 운동을 해 왔다. 현장을 잘 안다. 동시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직접 설계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다양한 정책 설계에 실무경험이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벌어 놓은 돈이 없다. 그래서 노후가 막막한 어르신들의 불안을 잘 이해한다. 국민들의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이수봉 후보는

- 1961년 부산 부전 출생
-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 전 민주노총 대변인
- 전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 전 안철수 대선캠프 노동센터 집행위원장
- 현 인천경제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