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대출에 대한 은행 창구심사가 강화되면서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주택건설업계의 아우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합리적 심사"를 주문했다. "앞으로도 집단대출은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대출 동향과 주택거래 위축 연관성에 대한 실태파악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은행의 집단대출 규제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다'는 주택건설업계의 주장을 감안해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업계가 주요하게 요구한 은행 집단대출 규제 완화와 주택담보대출 방식 전환(비거치식→거치식 분할상환)에 대해 금융위가 모두 난색을 표하면서 업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건설업계 "집단대출 심사 완화"

10일 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금융감독원은 주택건설업계 및 협회, 주요 은행 및 은행연합회 관계자들과 '최근 주택금융 동향 관련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는 가계대출 규제가 예고된 지난해 10월 이후 은행권의 집단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대출이 안돼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주택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주택건설업계는 이 자리에서 은행의 집단대출 규제를 완화해 줄 것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종전처럼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거치식 분할상환으로 해 달라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부터 은행들이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해 건설사들의 피해가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주택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주택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업계는 이 기간 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하거나 금리를 올리면서 5조2천억원의 피해를 당했다고 추정했다.

금융위 "은행에 합리적 심사" 주문

반면 금융위는 최근 주택시장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를 대출규제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1~2월이 부동산 시장 비수기라는 점에서 계절적 요인과 경제여건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금융위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82조5천억원으로, 1~2월 중 5조4천억원이 증가했다. 전년 동기 증가폭에 비해 1조3천억원 감소한 수치지만, 최근 3년간 1~2월 평균 증가액 2조7천억원에 비하면 2배 수준이나 된다. 2월 말 집단대출 잔액도 112조8천억원으로, 올해 들어 2조5천억원이나 증가했다. 금융위는 규제를 받지 않은 집단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도 일부 사업장의 집단대출 거절은 여신 규제로 인한 것이 아니며, 입지·분양률 등 사업타당성 등을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거치식 분할상환으로 되돌려 달라는 주택건설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 처음부터 나눠 갚는 선진적 여신관행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다만 "앞으로도 당국이 집단대출은 직접 규제하지 않겠다"며 은행권에도 "전망이 밝은 사업장까지 대출기준을 경직적으로 적용해 집단대출이 거절되는 경우가 없도록 합리적으로 심사하라"고 당부했다. 주택건설업계에는 "업계 스스로 밀어내기식 분양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17일 연구원·학계와 함께 최근 주택시장과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 동향에 대한 평가와 주택시장-주택담보대출 간 상호관계를 따져 보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장흥배 노동당 정책실장은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너무 많이 키워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리 업계가 로비를 한다고 해도 쉽게 규제를 풀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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