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받든다. 마오쩌둥이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켜야 한다”며 한 말이다. 마오는 1970년대까지 진행된 대약진 운동 과정에서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여성의 참여가 절실하다며 자신의 생각을 짧은 몇 마디 말로 표현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농업 중심 국가였던 터라 농촌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엔 이러한 마오의 선언은 실천됐다. 급속히 산업화의 길로 들어선 중국에서는 여성노동자의 능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오늘의 중국을 만든 힘의 절반(半邊天)은 여성임을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그 이후로도 여성을 존중하고 중용하는 마오의 선언은 중국 사회의 전통이 돼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0여년간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서 맴도는 원인에 대한 분석이 다양하다. 저유가와 원자재가 하락에다 경제공황에 버금가는 세계 금융위기의 여진에서부터 중국경제 안정화 여부까지 다양한 평가가 있다. 대부분 외부 요인들이다. 그런데 정작 내부로 시야를 돌리면 선진국 진입 실패 원인은 분명해진다. 인구감소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구’라는 함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국면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발표하는 인구감소 타개책은 대부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모아져 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고안을 시작으로 경력단절여성의 능력 활용에 이르기까지 내용이 다양하고 방대하다. 무려 20여 년간 정부 색깔을 막론하고 이와 같은 정책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잘 알고 있듯이 지금까지 정부가 한 출산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정책 자체가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임시방편인 탓이 크다. 엊그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동육아휴직제도’가 대표적이다.

출산전후휴가를 3개월 사용한 뒤 별도 신청 없이 곧바로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포상에서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이게 뭔가. 핵심은 그게 아니지 않는가. 어느 기업이 포상 가점을 얻기 위해 위와 같은 권고를 적극 수용하겠는가.

출산정책은 기업에 전가하고 정책 홍보와 성과는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꼼수나 다름없다. 어느 기업이 순순히 따르겠나. 결국엔 비용이다. 요컨대 기업의 저항이 분명한 제도를 시행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더 큰 부담과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비용을 부담한다면 기업의 저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계산상으로는 같은 돈이라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창출되는 부가가치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인구·여성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출산율 제고 정책을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우리 사회 수준에서 이미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한다.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전부 책임진다 하더라도 출산율이 반전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저출산 현상의 이면에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저변에 문화·사회적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개인 행복추구의 중심이 출산을 통한 가족형성에서 자아완성으로 옮겨갔다고도 주장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꽤 수긍이 가는 의견이다.

그러므로 인위적인 정책으로 출산율을 제고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의 인식 전환을 불러오는 문화적 접근 방법은 그야말로 수세대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당장 정책화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현재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은퇴자를 은퇴가 아닌 제2의 인생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고용되지 못한 노동자들과 일자리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일도 계속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늘의 반을 받드는 여성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여성노동자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 유리천장을 없애 사회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3년간 추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나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문제가 있다. 여성 노동은 차별해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온전한 1개의 일자리가 아니라 불완전한 반 개의 일자리만 양산됐다. 그래서 실패했다.

절반에게는 그에 맡는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책임도 지울 수 있지 않겠나. 아직 늦지 않았다. 참, 그저께가 제108주년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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