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물류회사인 DHL이 세계 곳곳에서 해당 국가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국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국제운수노련(ITF)이 지난 7일부터 1주일을 DHL 항의행동 주간으로 선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독일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정부는 DHL의 노동권 침해 중단과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DHL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도이치포스트DHL그룹(Deutsche Post DHL Group) 소속이다. 독일 정부는 이 그룹 대주주다.

ITF의 항의행동은 빅토르 피게로아 클라크 런던 정경대 교수가 최근 '규정위반-DHL의 국제기준 위반 사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보고서에는 파나마·콜롬비아·칠레에서 일하는 DHL 노동자들의 노동권 실태가 담겨 있다. 업무교육 부족으로 인해 노동자가 부상을 입어 만성 장해에 시달리는가 하면 노조활동을 이유로 42명의 노동자가 해고되고, 노조간부 자녀를 해고한 사례가 포함됐다. 클라크 교수는 남미와 유사한 사례들이 벌어지고 있는 인도와 터키의 DHL 노동자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 같은 노동권 침해를 감시·해결하기 위해 DHL이 내부 모니터링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독일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항의서한에서 "DHL은 국제 인권과 노동 기준을 조직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에서 이 같은 노동권 침해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즉각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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