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7.18 목 08:00
상단여백
HOME 피플ㆍ라이프 인터뷰
[릴레이인터뷰-'노동 호민관'을 만나다] “김석기 낙마? 권영국 당선으로 정치 바꾸겠다”경주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권영국 변호사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그는 ‘거리의 변호사’로 불린다. 대중집회며 기자회견을 하루에도 몇 개씩 참석하다 보니 몸이 서너 개는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듣는다. 권영국(52·사진) 변호사 얘기다. 노동자들의 변호인으로 살던 그가 요새 경상북도 경주에 나타났다. 그것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고 있다. 황토색 선거용 잠바를 입고 말이다.

권 변호사는 4·13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경북 경주에 출마했다. 경주는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진압작전을 지시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곳이다. 권 변호사는 철거민쪽 변호인이었다. 진압 지시자와 피해자 대리인이 맞붙었으니 자연 '용산참사 2라운드'라는 말이 나왔다. 그의 경주 출마를 두고 진보진영에서는 “김석기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한다.

권 변호사 생각은 다르다. 그는 지난 8일 오후 경주 선거사무소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목표는 김석기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낙선이 아니라 권영국의 당선”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김석기 예비후보의 실체를 알리는 것은 후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대구경북지역에서 진보정치 바람을 되살려 새로운 경주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경주 판세는 안갯속이다. 6명의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출마했는데, 김석기·정수성·정종복 예비후보가 오차범위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경주는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야권 후보에게는 험지 중 험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상덕 후보를 내보냈다.

“험지서 이겨야 정치 바꿀 수 있다”

- 노조활동과 노동인권 변호사로 살다 정치인으로 변신했는데, 유세 분위기는 어떤가.

“처음 선거운동을 할 때는 경주시민들에게 명함을 주는 것도 인사를 하는 것도 어색했다. 전에는 내 주장을 주로 얘기했는데 경주시민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게 우선이니까 여러모로 조심스럽다. 선거 때 후보들이 와서 친절한 척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달갑지 않았는데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웃음)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 경주는 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한 정도로 진박이네, 친박이네, 비박이네 나눈다. 그렇게 해도 국회의원으로 뽑힌다. 안타까운 일이다. 경주는 인구 25만명의 소도시다. 천년고도의 역사가 숨쉬는 유서 깊은 도시임에도 정체됐다는 느낌이 드는 도시다. 깃발만 꽂으면 새누리당이 당선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야권 후보에게 험지인 것도 맞다.

하지만 경주시민들은 마음속으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험지에서 제대로 도전하고 성과를 내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 수도권에는 민주개혁세력이든 누구든 진보정치에 바람을 일으킬 재원이 있지 않나. 대구경북지역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 지역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한국 정치에 변화는 없다.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험난하겠지만 대구경북에서 진보정치의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살리겠다.”

“경주의 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문제”

- 경주지역에는 어떤 현안이 있나.

“경주는 노령인구 비율이 높은 반면 청년인구 비율이 낮다. 젊은층 유입을 늘려야 한다. 좋은 일자리가 늘어야 외지인이 경주로 들어와 살 텐데. 인구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경주는 고등학교 비평준화 지역이다. 잘나가는 학교에 못 가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경우가 있다. 더군다나 월성원전이 있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공약은 개발쪽에 기울어 있다. 아이와 부모, 중소상공인이 행복한 경주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돈을 들여서 개발만 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새누리당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 권영국 후보가 그리는 경주의 미래는.

“노동자가 행복한 경주, 비정규직 없는 경주, 핵 없는 경주, 교육기회 차별이 없는 경주로 만들고 싶다. 평범한 시민들이 경주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경주를 바꾸고 싶다. 사람과 생명에 대한 존경심을 갖는 도시 말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 다시 말해 노조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노동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도시로 바꾸고 싶다. 정치인 권영국이 꿈꾸는 사회는 노동자들이 주 40시간만 일해도 가난하지 않고 농사만 지어도 잘살 수 있는 사회다. 평범한 시민들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 경주 출신이 아니어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경주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경주가 지역구라고 말하면 시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경주 곳곳을 다닐수록 애정이 두터워지고 있다. 경주 안강읍에 가면 두류공단이 있다. 1980년대 폐기물처리업체들이 들어오면서 공단이 조성됐다. 반면 수백년 동안 권씨들이 모여 살던 집성촌은 파괴됐다. 18대 선조부터 살았던 분들이다. 안강 사례에는 산업문제와 환경문제가 혼재돼 있다. 사실 경주의 문제는 대한민국이 처한 문제와 다르지 않다. 노동·에너지·중소상공인·핵에너지 문제는 경주의 문제이자 대한민국의 문제다. 지역 문제를 해결해야 우리나라 전체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생기는 법이다. 한 사업장 노사 문제도 못 풀면서 노동정책을 마련할 수 있겠나. 지역주민들의 민원 중 해결할 필요가 있는 민원은 적극 검토하면서 지역에 특화되고 친화성 있는 계획을 마련할 것이다.”

“정치하는 목적은 노동자 권리 보장”

- 노동자들의 변호인이 정치인으로 데뷔했다. 노동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노조파괴 공작으로 알려진 창조컨설팅이 가장 먼저 표적으로 삼은 곳이 발레오만도였다. 경주에서 출마선언을 한 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에 가서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노동개악이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를 변호했듯이 정치인이 되면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정치를 하는 것은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서다.”

- 정치인 권영국에게 정치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한다. 권력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했을 때 응징하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꾼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노동법 체계를 개편하고 싶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자 통제법이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법률로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관계법은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고 자아실현을 하기 보다 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 노동법을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고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도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법에 못 박겠다. 몰상식한 우리 사회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만들겠다.”

- 경주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손자들이 진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경주를 떠나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겠다. 경주에서 태어나 경주 학교에 진학해 경주의 우수한 업체에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 올바른 정치인이 될 것이다. 진박·친박이 아닌 내용을 보고 투표해 달라.”

권영국 후보는

- 1963년 강원도 태백 출생
- 포항제철고 제철과 졸업
-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
- 경주 안강 풍산금속 해고
- 전 민주노총 법률원장
-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 현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본부장




구태우  ktw9@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태우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