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경규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양경규(57·사진) 정의당 비례대표 예비후보는 진보정치운동 1세대다. 1988년 서울상공회의소노조 부위원장을 맡은 이후 줄곧 노동운동 한길을 걸었다. 전문기술노동조합연맹(전문노련) 위원장과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연맹(옛 민주노총 공공연맹) 초대위원장을 지냈다. 공공부문 민주노조운동의 선구자 격인 인물이다.

97년 국민승리21이 만들어질 때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을 역임했다. 같은해 대선에서는 권영길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과정에서 부대표를 맡아 노동정치운동에 깊이 개입했지만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공식적으로 얼굴을 내민 적은 없다.

노동정치연대 대표로 정의당·국민모임·진보결집더하기와 통합을 추진한 양경규 예비후보는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일한 노동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정의당은 11일까지 당원 투표로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한다.

양 예비후보는 "국회의원이 되면 노동기반을 강화해 진보정당을 강화하고, 현장 투쟁경험을 토대로 노동탄압과 생존권 위협을 막아 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선거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진보노동정치 복원·진보통합 흐름 잇겠다"

-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운동을 오래 했는데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노동정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총선 출마는 내부 토론을 거쳐 결정했다. 노동 중심 진보정치 복원과 진보통합을 추구해 온 흐름을 끝까지 이어 가고 노동자를 진보정치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자 출마했다. 당원들에게 노동정치 필요성을 말하고, 경선과 그 이후 본선 과정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을 총선에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다."

민주노총은 96~9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정치세력화 논의를 본격화했다. 1차 결과물이 97년 국민승리21 출범이다. 그해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민승리21 후보로 대선에 도전했다. 당시 양 예비후보는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으로 정치세력화에 앞장섰다. 99년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정치위원장이 된 그는 민주노동당이 창당 깃발을 올린 2000년 당 부대표를 맡았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에 반대했다. 그런 다음 당적을 갖지 않았는데, 2011년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 모임'을 만들어 다시 노동정치운동을 시작했다. 전국을 돌며 노동정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운동·조직운동을 벌였다. 지난해 정의당과 노동정치연대·국민모임·진보결집더하기가 통합할 때 산파 역할을 자처했다.

- 노동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공통된 정치행보를 밟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을 완벽하게 지지하거나,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총선 대응방침은 분명하다고 본다. 현재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간 구조로 인해 함께 묶여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을 뿐이다. 진보정당들이 각자 자기가 가진 의견과 입장을 만들어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소통·교류하면서 갈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선언했다가 분당된 뒤에는 지지를 철회했다. 올해 민주노총은 배타적 지지방침을 폐기한 대신 민중진영 단일후보 지원방침을 세웠다.

진보진영 후보가 복수로 출마한 지역에서는 민주노총이 단일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도맡고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실시한 조합원 투표에서 손석형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을 앞서 진보단일후보가 됐다. 울산 북구에 출마한 조승수 정의당 예비후보와 윤종오 무소속 예비후보도 민주노총 조합원 투표로 단일화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진보정당 커져야 사회변화 가능, 정의당 지지해 달라"

- 정의당 예비후보 입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면.

"노동운동의 목적이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재에 안주하거나 자본 이윤에 복무하는 정당을 노동자의 선택 범주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회현안에 대해 보수정당과 일정하게 연합·방기하거나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수차례 확인해 왔다. 노동운동을 하다 민주당에 간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도와준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교훈은 진보정당이 커질 때 한국 사회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옛 민주노동당에 의원 10석이 있을 때 우리 사회가 가장 진보적 지향을 추구하지 않았나.

노동자들이 노동자정치를 응원해 주려고 할 때 어떻게 하면 될 것인지 선택지를 내줘야 한다. 정의당은 물론 노동당·녹색당·민중연합당 중 어디가 옳다고 할 문제는 아니다. 진보정당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저는 정의당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 정의당은 진보통합에 동의하는 흐름을 묶어 놓은 정당이다. 제도권에서 유의미한 성장전략과 역량이 결집한 정당이라고 자부한다. 정의당에 힘을 실어 줬으면 좋겠다."

- 4개 정치조직이 정의당을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통합효과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통합효과가 미미하지 않다. 통합한 뒤 두 달 새 노동자당원이 6천명 늘어났다. 진보정치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은 노동자들이 모인 것이다. 일반 시민당원 또한 같은 기간 6천여명이 가입했다. 통합 후 당원이 1만2천명이나 증가했다. 진보정치가 필요하고 보수정당을 뛰어넘고자 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기대치가 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한다. 다만 보수정치권이 형성하고 있는 지형, 안철수 의원이 기형적인 정당을 출범시키는 것 같은 현상이 나오면서 정의당의 약진과 도약이 잠시 주춤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곧 정리되지 않겠나. 정의당은 총선을 경과하면서 보다 대중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 진보연대·야권연대 논의가 무르익는 것 같다.

"진보정당 간 연대는 필연적이고 반드시 해야 한다. 각자 처한 조건에 따라 힘들 수 있겠지만 가급적 연대를 통한 진보단일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총선에서 소통구조를 만들고 이후에도 진보정당 간 일상적 연대가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야권연대는 전술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반새누리당을 기치로 수구반동적 물결에 맞서는 공동전선이 필요하다. 진보정치·계급정치가 자유주의정당과 연계해 대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분명해야 한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연대 과정에서 우리가 제기하는 의제가 용해돼야 한다. 선출절차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야권연대에만 매몰하면 자유주의정당 위성정당이 되거나 국민에게 진보정당 필요성을 인지시킬 기회도 사라진다."

"현장 투쟁경험 토대로 노동탄압 막겠다"

- 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목표와 전략으로 의원직을 수행할 것인가.

"진보정당이 거대한 장벽과 싸우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정의당 의원이 된들 노동자들에게 특별한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을 듣는다. 19대 국회 하반기가 시작될 무렵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환경노동위원회를 여대야소 구조로 만들려고 했다. 정의당이 싸워서 8대 8 동수로 만들었다. 당시 정의당이 투쟁하지 않았더라면 정부가 발의한 노동개악 5법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절차를 거쳐 이번에 통과됐을 것이다. 환노위에서 막았기 때문에 통과가 안 된 측면이 크다.

20대 국회에서는 환노위가 새누리당 인기상임위가 될 것이다. 입만 열면 노동개혁을 외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원자가 꽤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 단련된 투쟁경험을 가진 노동자 의원이 환노위에서 노동탄압과 생존권 위협을 막아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을 책임 있게 하고 싶다."


[상자] 양경규 후보는

- 1959년 충남 서천 출생
-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 전 전문기술노조연맹(전문노련) 4~5대 위원장
-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연맹 초대위원장
- 전 민주노동당 부대표
- 전 노동정치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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