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종오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이미 많이 알려졌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권리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지난해 오너들의 경영권 분쟁으로 꽤나 시끄러웠던 해당 호텔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호텔 편에 섰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호텔 인근에서 “우리는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닙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무더기로 해고 당한 청년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고용불안정을 강요하는 일일 단기근로계약 제도를 개선하십시오”라고 요구하는 20대 청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읽어 보게 되는 간절한 호소다. 그렇다면 왜 일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1944년 ‘국제노동기구(ILO)의 목적에 관한 필라델피아 선언’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labour is not a commodity)"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청년노동자는 2016년 현재 호텔이 자신을 일회용품으로 대했다고 항의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ILO에 가입해 있는 대한민국의 1·2심 법원은 어떤 논리로 그런 항의에 귀 기울이지 않고, 호텔이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밝힌 중앙노동위 결정을 뒤집어 버린 것일까.

간단히 말해 쟁점은 호텔이 해당 노동자와 체결한 계약서에 적혀 있는 ‘일용직’이라는 문구가 당사자 간 유효한 의사로 볼 수 있는가 여부다. ‘초단시간 근로계약’이라는 제목의 계약서에는 한 주간 근무시간이 ‘15시간 미만’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 5일 동안 오후 12시30분부터 밤 10시30분까지 일하는 풀타임 근로를 해야 했다. 계약서 내용과 달리 휴무일 2일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이 지급돼 왔다.

근로의 실제와 근로계약서 내용이 불일치한 상황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계약서는 “1일 단위로 근무종료”라고 명시하고 있다. 형식상 매일매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악마의 디테일이다.

디테일을 둘러싼 견해 차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사용자가 장황하게 주장한다.

“다른 사정이 생겨 계약과 사실이 부합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일용직은 사실과 부합한다. 매일 한 장씩 쓴 것은 아니지만 1일치 근로계약서를 쓴 걸 보라. 1일 근로라는 점에서는 의사 합치가 있는 것이다. 근로자도 이걸 알고 계약서를 쓴 것 아니냐.”

중앙노동위는 사용자의 이 같은 주장을 ‘헛소리’라고 판단했다. 근로계약서 명칭부터 주요 내용이 다 헛소리인데, 일용직 부분만 헛소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다. 2013년 12월10일부터 2014년 3월29일까지 주 5일로 계속 근무했는데, 이제 와서 일용직 계약만은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법원은 달랐다. “잠깐만, 노동위원회. 호텔업을 하는 사용자에게도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 아닌가. 정규직도 아니고 인턴도 아니고 인력업체 소개를 받아 호텔업에서 일하면서 일용직이었다는 걸 몰랐다는 게 안 믿기는데. 호텔 승!”

어떤가. 이렇게 해서 20대 청년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이 됐다. 호텔은 직접 연락하지도 않고 소개업체에 연락해 출근길 청년노동자를 되돌려 보냈다. “넌 안 나와도 된다”면서.

비단 해당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1·2심 법원 판단대로라면 세상의 사용자들은 자신이 예측하지 못하거나 예측하는 것에 비용이 드는 일정한 기간 동안 노동력을 사용함에 있어 전혀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어진다. ‘초단시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도 주 5일 풀타임 근로를 지시하되,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문구 하나만 포함시키면 그만이다. 반면 사용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젊은 노동자는 ‘아르바이트생’이라 불리면서 생계·고용 양대 불안을 안고도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다. 이 사건 청년은 서른 살을 앞두고 있다. ‘아르바이트’라고도 부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젊은 노동자’로 불리는 이들은 어쩌면 기성세대가 일찍이 겪지 못한 새로운 노동환경에 진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처럼 형식상 일용직 같아 보이더라도 일정한 기간을 계속 근로한 자에게는 해고에 관한 절차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악마의 디테일이 법을 이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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