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더욱 그렇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친노동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호민관'을 자처하는 후보자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비전, 포부를 들었다.<편집자>

 

▲ 연세의료원노조

노동과 보건의료, 그리고 여성. 더불어민주당 노동부문 비례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이수진(47·사진) 예비후보가 자신을 설명하면서 등장시킨 키워드다.

통상 비례대표는 한 가지 전문영역을 대표하지만 성질이 비슷한 것들을 교차시키고 아우르는 활동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중심은 노동이다.

예컨대 이수진 예비후보가 의료산업노련 위원장과 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조합원 권익보호와 더불어 의료민영화 저지투쟁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연대투쟁에 함께한 것처럼 말이다.

그는 “노동부문 비례대표 후보지만 노동을 기반으로 전문직능과 여권신장 활동을 결합한 당내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4년 뒤 ‘가장 노동자 같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신촌동 노조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대로라면 노동자는 늘 당하겠구나…"

- 언제부터 출마를 준비했나.


“한국노총과 민주당이 결합해 민주통합당이 출범하고 이듬해 19대 총선이 치러졌다. 당시 한국노총 안팎의 여러 활동가들에게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고사했다. 스스로 권력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었다. 노동계에 남아 노동자들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의 정치학 강의, 성공회대 노동대학 정치 관련 수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공공정책 석사과정을 밟으며 생각이 달라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노조 전임자가 급감하고, 공공기관을 탄압하고, 단체협약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늘 당하고 살겠구나 싶었다. 연맹 위원장 활동도 영향을 줬다. 공무원연금·사학연금 사수투쟁을 하면서 정치권과 접촉했는데, 정치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현장 노동자가 직접 법을 만들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참관이라는 공약이 눈에 띈다.

“노동현장과 괴리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를 대표해 의정활동에 나선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노동계를 위해 일을 했느냐 하는 비판을 산 경우가 많았다.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본다. 당선된다면 한국노총에 중앙집행위 참관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각 산별 대표자들과 현안을 토론하고 의견을 경청하겠다. 이를 기반으로 의회에서 활동할 생각이다.”

- 5만 노동당원 입당 추진도 약속했는데.

“2007년 연세의료원노조 파업 후유증으로 힘들 때 호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해 호주 노동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건국 이후 처음으로 연방정부와 모든 지방에서 행정부를 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호주노총 대협실장을 찾아가 비결을 물었다. ‘노동자의 권리’라는 간단한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10명의 간부가 1천여명의 노동자에게 정책 이슈를 설명하고, 그들의 의견을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타운홀미팅을 한다고 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는 소중하다’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 말에 고무됐다. 호주도 100년이 걸렸으니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해 노동위와 함께 전국을 돌면서 당원가입 운동을 펼쳤다. 현장 노동자 수천 명을 당원으로 조직했다.

주위에서 의회에 가면 얼마나 바쁜 줄 아냐고 하는데, 노동계 출신 의원은 노동자들을 만나야 한다. 현장·노동위와의 소통 강화, 매뉴얼 제작 등으로 노동당원 모집을 일상활동 중 하나로 추진할 것이다. 5만 노동당원이 확보되면 당을 노동자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게 노동자 정당, 노동자 대통령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

"보건의료 공공성 강화에 주력할 것"

- 보건의료 직능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정부의 감염병 관리능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1차 원인은 인력부족이다. 우리나라의 간호인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감염병 치료에 대해 별도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감염병 치료와 경제사정이 어려운 장기 입원환자를 위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수가를 결정해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쇄 결정에서 알 수 있듯이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철학 부재도 주요 원인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공공병원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병원 인력부족 현상을 바로잡는 입법활동에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는 병원을 확장하고, 만 7세 미만 어린이 무상의료도 추진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탈당사태와 지역구 증가로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간호사로 25년간 일했다. 노동뿐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당원과 정책대의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남녀 각 1명씩 2명을 노동부문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한다. 이달 중순계 발표될 예정이다.

-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도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유독 높은 이유를 보여 주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읽었다. 덴마크 사람들은 우리와는 달리 정치인을 존경한다. 정치인의 절반이 여성이다. 회사가 가정이 있는 여성을 배려하기 위해 도시락을 싸 주면 여성 직장인이 집에 와서 아이들과 나눠 먹는다. 그만큼 성평등이 사회 전체적으로 뿌리내렸다는 얘기다. 2007년 파업 당시 보수언론이 우리를 텔레반에 비유했다. 억울하고 분하다 보니 똑같이 아픈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용산참사 유가족의 건강을 챙기게 됐고, 노조 차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도 10년 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당사자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위안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일본과 털컥 합의를 해 버렸다. 거론하는 것조차 막기 위해 ‘불가역적’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면서 말이다. 당선되면 시민단체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무효로 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것이다.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합당한 배상,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겠다.”

국회 벽 허물고, 노동자 속으로

- 국회에 들어가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채용을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려고 한다. 그러면 사용자도 힘들어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개념을 확고히 재정립해야 한다. 산업재해 사각지대 해소도 목표다. 청년·아르바이트·비정규직을 비롯해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산재를 적용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일 중 하나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해 실질임금을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의정활동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조전임자를 축소시킨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를 보완하는 입법도 구상 중이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비정규직 확대 계획과 쉬운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조건 완화를 막아 낼 것이다. 앞서 말한 5만 노동당원 조직화에 성공해 더불어민주당을 노동악법을 끝까지 저지할 수 있는 힘을 갖춘 정당으로 만들 것이다.”

- 당선된다면 4년 후 어떤 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나.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기소개로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는 위원장이 되고 싶다’고 썼다.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좋은 법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든 의원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노동부문 비례대표는 노동자가 지역구다. 위원장을 할 때나 의원을 할 때나 변함이 없었던 의원, 국회라는 벽을 허물고 뭐든 노동자들과 함께하려 했던 의원이 되겠다. 가장 노동자 같았던 의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수진 후보는

- 1969년 대전 삼성 출생
- 연세대 행정대학원 공공정책 석사 졸업
- 남녀고용평등강조주간 표창(노무현 전 대통령)
- 현 의료산업노련 위원장
- 현 한국노총 부위원장
- 현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상임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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