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성과급 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가 나서 "경영진부터 말단직원까지 성과에 따른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며 성과주의 확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성과급제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일반 직원뿐만 아니라 관례로 여겨지던 경영진 성과급조차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발간하는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중단하라(Stop Paying Executives for Performance)'는 제목의 기고글이 소개됐다. 댄 케이블·프릭 버뮬렌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고를 통해 "사람들이 가장 창의적일 때는 외적인 동기부여(금전보상)가 될 때보다 내재적으로 동기부여가 될 때"라며 "금전적 보상은 도전정신이나 창의성 같은 내재적 동기를 해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성과와 관련한 인센티브는 오로지 단순업무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애리얼리 교수는 MIT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인센티브가 단순작업 성과를 높이지만 창의적인 업무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성과급이 매출 보고서 조작과 분식회계 같은 비윤리적 행동을 유발시킨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두 교수는 "급여의 많은 부분이 변동적인 금전보상으로 이뤄질 때 속이고자 하는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며 "실제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는 이익조작·주주소송·제품안전성 문제 가능성을 크게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정 재무지표를 성과급에 연동할 경우 단기성적에 급급해 다른 지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생긴다"며 "당기순이익으로 평가를 하면 장기 발전을 위한 시설투자 등 비용증가로 이어지는 의사결정을 꺼리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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