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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를 조직하는 법 하나, 조직형태변경
▲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2월19일이었다. 대법원은 ‘발레오만도지회의 금속노조 탈퇴사건’에 관한 판결을 선고했다. 산별노조의 지부 등이 조직형태를 변경할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이미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에 관한 판결을 했었고, 산별노조의 지부 등이 복수노조 설립금지가 적용될 기업별노조에 준하는 조직이 될 수 있는지,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판결도 한 바 있었다. 새삼스레 산별노조의 지부 등이 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할 수 있느냐를 두고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재판를 열어 판결을 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판결문을 읽으며 대답을 찾아야 했다.

2. 조직형태변경,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 왔던 주제였다. 2001년 2월 초 금속노조가 설립되기 전부터였다. 산별노조로 전환시키기 위한 방법에 관한 법적 검토가 당시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의 법률국장이었던 내 일이었기 때문이다. 1997년 3월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특별히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 제도를 규정했다. 즉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을 두고, 이는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치도록 하고 있었다(노조법 제16조제1항제8호, 제2항). 기업별노조체제에서 산별노조체제로 수월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이 제도를 도입한 거였다. 당시 산별노조 추진은 이를 통해서라고 산별추진을 하는 노조간부들 사이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기업별노조를 해산하고 산별노조를 조직·가입하거나, 노조 합병을 통해서 산별노조체제로 전환해야 했는데, 전자는 조합원관계·재산관계·단체협약관계 등을 고려할 때 선택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노조 합병 방법은 기업별노조를 합병할 때마다 산별노조까지도 합병결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서 번거로웠다. 그래서 국가가 법제화해서 특별히 산별노조 전환을 위해서 보장해 준 길을 따라 이 나라 노조운동은 산별노조 조직화를 추진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길은 법적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조직형태변경 제도는 노동조합이 그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발생하게 될, 노동조합의 조직상 취약점이 있었다. 변경 전 노동조합과 변경 후 조직은 조직형태를 변경한 동일한 조직체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조직변경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변경 전후의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97.7.25 선고 95누4377 판결 등). 만약 기업별노조가 변경을 통해 그와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산별노조의 지부·지회 등으로 전환하지 않고 산별노조에서 그 실체가 해소돼 버린다면 조직변경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에 의한다면 결의의 효력이 부정될 수도 있다는 거였다. 이와 달리 노조 합병의 방법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산별노조 조직의 길이었다. 기업별노조 실체를 남겨두지 않고 산별노조에 해소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좀 번거롭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2000년, 금속산업연맹의 산별추진에 관한 논의에 이런 문제의식을 정리해 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문제의식은 법률가인 나의 것에 머물렀고 그 뒤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조직형태변경 절차를 통해서 추진됐다. 기업별노조와 실질적 동일성이 있는 지부·지회로서 존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노동조합 조직상의 문제는 그것이 기업별노조에 준하는 법적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2010년 이전까지 노조법이 기업단위의 복수노조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가 기업별 지부·지회 등에서 새로운 기업별노조 설립을 방지해 주는 효과를 가져와 산별노조 조직화에 유리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이와 달리 단체교섭·쟁의행위 등 종전 기업별 교섭구조에서 벗어나는 데는 지부·지회 등 기업별조직이 그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법적 판단을 받을 수도 있었으므로 이러한 점은 산별노조에 불리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지부·지회 등 기업별조직이 조직형태변경 절차를 통해 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경우였다.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나는 산별노조 지부·지회 등 기업별조직의 조직형태변경에 관해 법적 검토에 들어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각종 노동법세미나에서 토론하고, 학술논문을 발표해서 장차 나타날 지 모를 조직적 위해행위에 대비하고자 했다. 이는 2008년 7월, 법률원장을 그만두고 금속노조를 떠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3. 대법원은 내가 걱정했던 대로 판결을 선고했다. 1·2심 판결을 뒤집고 기업노조로 변경 결의가 유효하다며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 산별노조의 지부·지회 등 하부조직이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갖고 독립된 근로자단체로서 활동하기만 하면 조직형태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기업별노조에 준해서 볼 정도면 조직형태변경을 할 수 있다고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말하고 있는 거였다. 기업별노조에서 조직형태변경절차를 통해서 산별노조체제로 전환한 이 나라 노조운동의 조직화의 약점을 파고들어 와 그것이 법이라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는 판결을 한 거였다. 말이 ‘독자적’, ‘독립된’이지, 그동안 법원의 판결해 온 바에 따르면 그저 조직활동에 관해서 자체 규범을 가지고 자체로 선출하는 지회장 등 임원 등과 집행조직을 갖추고 있기만 하면 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판결로 사실상 산별노조 등 초기업단위노조의 지부·지회 등은 자체적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해서 단위노조로 뛰쳐나갈 수 있게 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종전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변경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노조에 준하는 지부·분회 등은 노조로 취급해 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단체의 법리를 무시했다. 도대체 어떤 단체가 그 조직의 일부가 스스로의 결의로 단체에서 독립해서 독자적인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런 법은 없다. 사단 등 단체의 조직과 운영의 기본법인 민법도, 회사 조직과 운영에 관한 회사법도 사원 내지 주주의 일부 조직, 지부·지회, 지점·지사 등 단체의 일부가 스스로 결의해서 그 회원관계와 재산관계를 가지고 나가 독립할 수는 없다. 물론 단체의 일부가 독립할 수는 있다. 회사의 분할이 그것인데 이때 결의 주체는 회사(주총)지 분할되는 회사의 일부인 대상이 결의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단체의 일부가 스스로 결의를 통해 단체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다는 법이 있다면 그것은 단체를 법이 부정하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업별노조에 준해서 보는 지부·지회 등에 관한 종전에 대법원이 해 왔던 법리를 연장해서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 판결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인 노동자가 단체를 조직할 기본권(단결권)의 행사, 노동자단체인 노동조합을 부정한 것이다.

4.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온통 통곡이었다.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들은 조직이탈자를 지지한 대법원에 분노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금속노조가 하는 비난은 마땅한 것일까. 통 크게 단결하자, 산별노조 하자는 기치로 보자면 비난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자의 노동조합할 자유로 보자면 어떨까. 사용자 자본이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로서 기업노조를 만들어 어용노조하자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오늘 발레오만도지회 판결을 두고서 이렇게 통곡하고 분노하고 있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 부당노동행위 없이 한 것이라면, 그저 순순하게 조합원이 스스로 조직을 결정할 자유, 즉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노동조합할 자유로 보자면 우리는 통곡하고 분노할 수 있었을까. 예를 들어 산별노조가 관료화돼 도대체가 현장 조합원들의 의사를 듣지 않고 현장 조합원들이 쟁의든 뭐든 하려고 해도 허락해 주지 않는 경우라면, 그래서 조합원들이 독자적 조직운동의 기치를 내세우며 지부·지회 등을 투쟁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조직형태변경을 결의했을 때는 우리의 통곡과 분노는 정당할 수 없을 것이다.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운동, 그것은 법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1997년 제정된 노조법에서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 절차가 도입됐고, 그것은 기업노조체제에서 산별노조체제로 간이하게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민법상 사단 내지 비법인사단, 상법상 회사 보다 조직변동에 있어서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았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으로 이 나라에서 2000년대 초 산별노조는 조직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 수차례의 시도를 통해 현대차·기아차 등 대기업노조조차도 단 한 번의 승리로 산별노조 지부로 조직변경을 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법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데까지였다. 그 뒤부터, 산별노조로서 조직을 운영하고 교섭과 쟁의 등 활동을 하는 것까지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지부·지회 등 기업조직에 대한 산별노조의 조직 중심성 확보, 산별교섭 등 산별노조의 교섭구조 확립 과제는 국가의 법으로 쟁취할 것이 아니라 산별노조가 자신의 조직력과 교섭력·투쟁력으로 쟁취해야 할 것이었다. 어떤 조직이든 견인할 힘이 있어야 온전히 유지될 수 있다. 노동조합은 결국 조합원의 노동자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노동자단체다. 교섭과 투쟁으로 협약을 체결하는 데 존재이유를 확보한다.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산별노조가 곧 무너질 수 있는 듯이 야단법석인 것은 따지고 보면 산별노조가 온전히 조합원들의 중심으로 서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섭력·투쟁력 등 노동조합으로서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산별노조는 법원의 조직형태변경 판결 하나에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조합원권리를 위한 협약 체결을 위해서 지부·지회 등 기업조직이 갖추고 있는 역량보다 월등한 역량을 산별노조가 갖추고 있는가. 만약 갖추고 있다면 법원 판결 하나에 통곡하거나 비난하는 데 더 이상 몰두할 거 없다. 조직형태변경으로 뛰쳐나갈 테면 가라 하고 조합원들의 권리 쟁취를 위한 노조의 일을 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니 이 모양이라는 것인데, 결국은 산별노조는 법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어야 했다. 산별노조의 활동도, 조직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노조로서의 일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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