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영업점 입출금 상품에 없던 수수료를 부과하고 부가서비스 혜택을 종료해 논란에 휩싸였다. 대출금리가 다른 시중은행보다 2%포인트에서 3%포인트 높은 데다, 각종 예금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스스로 영업기반을 갉아먹는 행태가 이어지자 씨티은행이 일부러 수익을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다음달 11일부터 참 똑똑한 A+ 통장과 원더풀 등산·마라톤·골프 통장, 모을수록 오르는 맥스 통장 같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5개 예금상품의 ATM 출금·이체 수수료, 폰뱅킹·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수수료 면제 혜택을 없앤다.

영업점 "영업하지 말라는 거냐" 아우성

국제현금카드 발급 수수료는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원래 무료였던 발급 수수료는 지난해 11월 '영업점 방문시 3만원, 사전신청 이용시 무료'로 조정된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영업점 방문과 사전신청 이용시 모두 수수료를 5만원으로 올렸다. 인터넷 무방문 신청서비스를 이용하면 면제됐던 수수료도 이날부터 2만5천원을 내야 한다. 영업점에서는 "영업을 하라는 소리냐 말라는 소리냐"는 아우성이 나온다.

씨티은행은 "은행권 평균 수준으로 수수료를 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이 의도적으로 고객을 떨어뜨리는 디마케팅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씨티은행이 신용대출상품에 높은 가산금리를 붙여 대부업 못지않은 고금리 대출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 은행연합회 가계대출금리 비교공시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씨티은행의 일반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평균금리는 각각 6.57%, 6.25%로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높다.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신한은행은 3%에서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하루 평균 200건 정도 대출심사가 들어왔지만, 대출금리를 하도 높여 놓아서 그런지 최근에는 하루 50건도 채 들어오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지부 "수익 떨어뜨려 소매금융 철수 노리나"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는 지난해 말 도입된 모델Ⅰ·Ⅱ·Ⅲ 점포전략부터 수수료 인상, 대출금리 인상까지 소매금융 철수를 염두에 둔 악의적 영업행태라고 반발한다.

씨티은행은 모델Ⅰ은 고액 자산가, 모델Ⅱ는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고객, 모델Ⅲ은 일반 고객유치 업무를 맡도록 했다. 은행측은 모델Ⅲ 점포에 방카슈랑스·대출·펀드 같은 '돈이 되는 세일즈 영업'을 떼어 냈다. 영업실적을 낼 수 없는 점포들을 만든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소매금융 고객에 대한 서비스조차 없애 버린 것이다. 영업점 수익 악화를 위한 의도된 전략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대목이다.

지부 관계자는 "영업점 수익을 떨어뜨려 놓고 이를 빌미로 영업점을 축소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소매금융 분야를 철수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은 "지점 대면거래가 6%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영업전략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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