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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틸알코올 급성중독 사건의 과제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권동희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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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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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천지역 전자업체에서 일하던 파견노동자 4명이 메틸알코올 노출로 인해 시력이 손상됐거나 실명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같은달 25일에는 사업장 지도점검을 했는데도 인천 남동구 소재 휴대전화 부품 가공업체 노동자가 뇌신경·시력 이상 증상으로 의식이 혼미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한국의 안전보건 실태를 여실히 보여 준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그 과정에서 노동부 대응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원청의 책임 문제는 명확하다. 즉 3차 하청업체에서 불법파견과 메틸알코올을 사용하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은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태도다. 다시 돌아가 지난달 4일부터 현재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사용사업주들 문제다. 재해가 발생한 두 곳의 사업주를 면담한 결과 사업을 하면서 메틸알코올과 관련한 노동부 점검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유해성을 인지하거나 교육받은 사실이 없었다는 점도 시인했다. 사업주는 국소배기장치 설치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작성, 보호구 지급 같은 기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이들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상시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서도 불법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십수 년간 급성중독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을 사용하고, 불법파견을 한 것이다. 중소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불법파견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파견업체 사업주 또한 파견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구체적 업무를 파악하지 못했다. 사업주들은 파견노동자들이 CNC 가공업체에서 생산공정 업무를 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사용하는 유해물질·환기장치·보호시설이나 보호구 등은 관심 밖이었다. 근로계약을 체결했을 뿐 사용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에 급급했다. 실제 사고가 터진 이후에도 불법파견과 더불어 유해위험물질에 노동자들이 노출됐던 사실도 알지 못했다. 산재를 신청하라고 요양신청서 앞장에 날인만 해 줬을 뿐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지난 수년간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노동자를 파견시켰으면서도 말이다.

피해노동자를 최초로 진료한 병원의 대응은 주목할 만하다. 노동자를 진료한 신장내과 의사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에게 협진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땅속에 묻힐 뻔했다. 그간 메틸알코올 중독은 증기에 의한 노출이 아닌 직접 흡입한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 전문가들도 증기에 의한 노출이 가능한지 의심할 정도였다.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현주 교수의 노력과 신속한 대처가 유효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 노동자 2명에 대한 산재 신청을 대행해 주면서 우리나라 산재 신청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노동자와 가족은 산재 신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발급받고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급성중독으로 산재가 명백한 사안인데도 현장노동자와 가족에게 산재 신청은 큰 과제였다.

노동부는 “안전의식이 미약해서 발생했다”며 사업주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관리대상유해물질·특수건강진단·작업환경측정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조항들은 현장에 적용되지 않았다. 사업주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면 그 책임은 노동부에 있다. 기업 생산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 규제를 완화하는 데 앞장서 왔던 곳도 노동부 아닌가. 중대재해와 각종 사고에 대해 사업주를 제대로 처벌해 왔던가. 안전과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메틸알코올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파견업무 제한규정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이다. 이미 제조업체에는 수많은 파견노동자들이 상시적으로 일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5조3항에 의한 금지대상 업무에는 ‘관리대상유해물질’ 사업장이 포함되지 않는다. 168개 관리대상유해물질 사업장을 파견금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단기적으로 명백한 산재사고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 또는 근로복지공단 위임을 통한 산재 처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독일식으로 의사에 의한 산재 신청제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불필요한 위임과 브로커 개입을 막아 비용을 줄이고, 재해자와 가족이 정확하고 신속한 산재 처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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