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 돈을 미끼로 내걸었다. 성과주의를 일찍 도입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불완전판매 우려를 낳고 있는 금융사들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과당경쟁에 대해서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가 부작용 우려를 묵살하고 '실적 내기'에 목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과주의 일찍 도입하면 인센티브"=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수·평가·교육·인사 등 금융공공기관 경영 전반에 성과 중심 문화 확산을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성과연봉제를 빨리 도입하는 금융공공기관은 경영평가 때 가점을 부여해 성과급을 더 주고, 늦게 도입하는 곳은 삭감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면서 활용했던 방법이다. 돈으로 노조를 흔들겠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4월 이전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기본 월급의 20%, 5월에 도입하면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반대로 도입하지 않은 기관은 총인건비 인상률 삭감 또는 동결을 검토한다. 성과주의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한 해 임금인상률의 1%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인건비'도 도입한다. 달성 정도를 5단계로 나눠 차등해서 집행한다.

금융위는 매달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어 성과 중심 문화 도입 이행상황을 점검한다. 이달 7일 열리는 2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각 기관별 성과주의 도입계획을 확정한다.

임 위원장은 "민간은행들도 성과주의 도입을 결의하고 있지만 금융노조가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금융노조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제안을 받아들여 성과 중심 문화 확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ISA, 일단 띄우고 보자?=그는 과당경쟁·졸속추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ISA에 대해서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사들이 직원들에게 ISA 판매량을 강제할당하거나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마케팅하는 행위를 금융당국이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불개입 원칙을 밝혔다.

임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에 있는 금융사 마케팅 전략 등 경영사항은 감독당국이 관여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업계에서도 자율적으로 경쟁 완화를 위한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출시 이후 일선 영업창구 판매실태를 모니터링하고 불완전판매로 판단되는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명목으로 ISA를 만든 만큼 경품이든, 강제할당이든 '일단 띄워 놓고 보자'는 실적 우선주의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영업현장에서는 "정부가 만든 상품인데 제대로 규제할지 의문"이라거나 "문제가 터지면 결국 피를 보는 건 (ISA 상품을 판매한) 창구 직원들"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ISA 불가입 운동을 선언한 시민단체도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금융위가 실적 내기만을 위해 시장의 요구나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없이 허술하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ISA 불가입 운동을 전개하고 불법적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사를 대상으로 파파라치 신고보상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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