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 공인노무사(전국철도노동조합 법규국장)

대상판결/ 수원지법 안양지원 2016.1.22 선고 2015고정219 판결

1. 강제전보와 총회투쟁
철도노조는 2013년 12월 23일간의 전면파업과 2014년 2월 하루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철도공사는 철도노조 및 간부들에 대한 징계·형사고소·손해배상청구를 행하면서 노사관계는 악화됐다. 더 나아가 공사가 업무기회 확대 및 인력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각 소속별 현원 10%에 대한 순환전보 계획을 통보하자 철도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철도노조는 이러한 순환전보는 파업에 대한 보복조치이고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철도노조 수도권 각 차량지부는 공사의 강제전보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조합원총회를 진행했다(각 지부마다 총회시간이 다르나 이 사건의 경우 조회시간인 오전 9시~10시까지 진행). 이에 공사는 조합원총회가 위법한 쟁의행위이며 필수유지업무 근무자가 총회에 참여했다는 것을 이유로 차량지부 지부장들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42조의2제2항1 위반으로 고소했고(서울남부지법·서울서부지법에서 동일한 사건이 진행 중) 동 고소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 대상판결이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에 대한 위험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필수유지업무 운영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다음, 철도공사는 보건안전교육시에도 필수유지업무 근무자들도 교육에 참여시키고, 필수유지업무 근무자 4명이 총회에 참석했으나 이로 인해 대체인력 투입이나 연장근로가 이뤄지지 않았고 정비업무 차질이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필수유지업무 근무자들이 총회에 참석함으로써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에 어떠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노조법 제42조의2제2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3. 노조법 제42조의2 제2항의 해석
공사는 조합원총회가 ‘고도의’ 경영권인 순환전보를 반대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업무를 거부한 것이므로 불법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합원총회로 인해 열차 지연과 같은 손해가 발생하지 않자 업무방해죄가 아닌 노조법 제42조의2제2항 위반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합원총회가 먼저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대상판결은 구체적인 설시 없이 조합원총회가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다음 노조법 제42조의2제2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이에 비해 중앙노동위원회(중앙2015부해481·485, 부노87)는 이 사건 조합원총회는 조합원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일상적인 조합활동에 해당하고 그 목적이나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정당한 조합활동이므로 노조법 제42조의2제2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대상판결 역시 이 사건 조합원총회로 인해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므로 결론에 있어서는 같다) 정당한 징계사유도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상판결은 노조법 제42조제2항 위반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5.12 선고 2002도3450 판결)를 인용하면서 노조법 제42조의2제2항의 문언·규정형식·입법취지 등을 고려할 때 위 대법원 판결취지를 유추·적용해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에 대한 위험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노조법 제42조의2제2항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노조법 제42조제2항에 대해 동 조항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이 확보되면 그것으로 그쳐야 하고 이에 나아가 필요 이상으로 금지행위의 범위를 넓히지 않도록 해석해야 하므로 실제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노조법 제42조제2항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 것(헌법재판소 2005.6.30 2002헌바83)과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 역시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일부 제한하면서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헌법재판소 2011.12.29 2010헌바385 등) 쟁의행위시 안전보호시설 보호의무에 관한 법리를 유추·적용한 것은 타당하다.

또한 노조법 제42조의2제2항을 문언 그 자체로 해석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2)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쟁의행위로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노동위원회 결정(협정)을 위반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필수유지업무 근무자들이 총회에 참석함으로써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에 현저한 위험이 발생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비로소 노조법 제42조의2제2항 위반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대체인력 투입, 정비 차질 등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노조법 제42조의2제2항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총회투쟁으로 대체인력이 투입되거나 연장근로가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정비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도 않아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는데,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이는 노조법 제42조의2의 보호법익이다)에서 단순히 열차 지연, 대체인력 투입 등과 같은 ‘피해’를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에 현저한(구체적) 위험이 발생했다는 표지로 삼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헌법재판소가 필수유지업무를 ‘일반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할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업무’라고 정의했는데 이러한 정의에 비춰 과연 철도사업이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과 궤를 같이 한다.

각주
1)노조법 제42조의2 ②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은 ‘정당한’의 의미는 ‘필요 최소한’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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