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산업연맹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공사 중 두 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다. 대형 스포츠 경기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 정부에 산업안전협약 체결을 제안한다.”

앰벳 유슨 국제건설목공노련(BWI) 사무총장(52·사진)은 한국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기반시설 공사현장에 투입된 건설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슨 사무총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질 좋은 일자리’ 캠페인을 위해 지난달 27일 한국을 방문했다. BWI는 130개국 326개 노조에 1천200만명의 건설·목공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유슨 총장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건설산업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사고를 당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보고해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BWI와 건설노동자를 위한 산업안전 협약을 체결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필리핀 출신인 유슨 총장은 아시아 출신 첫 국제산별노련 대표자다. 19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를 무너뜨린 필리핀 피플파워 혁명에 참여한 뒤 30여년간 노동운동을 했다.

“스포츠 행사 때마다 건설노동자 희생”

BWI에 따르면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50명 이상의 건설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BWI는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의 경우 기반시설을 공사하는 과정에서 1천여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는 국제노총(ITUC)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카타르월드컵 기반시설 공사현장에는 180만명의 건설노동자들이 투입돼 시간당 2천370원의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유슨 총장은 “카타르 정부는 건설노동자들이 숨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카타르 건설노동자들은 20대 젊은 나이인데도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제 스포츠대회가 열릴 때마다 건설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다”며 “스포츠 이벤트에 왜 건설노동자들이 희생돼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정부, 건설노동자 안전협약 체결해야”

유슨 총장은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 투입된 건설노동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BWI와 산업안전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BWI는 올해 브라질올림픽을 앞두고 브라질 정부와 산업안전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건설공사를 맡은 업체가 산업안전기준을 준수하도록 정부가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약이 체결되면 BWI 산업안전 전문가가 기반시설공사 현장에 출입해 현장 위험요인을 개선할 수 있다.

유슨 총장은 “협약 체결 이후 브라질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이 12% 이상 올랐고, 사고도 (협약체결 이전보다) 줄었다”며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공사가 한창인 지금 산업안전협약을 체결해야 건설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IOC에 보고하고, 국제적인 연대를 조직해 한국 건설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세계에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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