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3~24일 천안상록리조트에서 2016년 정기대의원대회를 했다. 다수 병원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되기 시작한 것은 노동자 대투쟁 시기인 1987년이다. 전국병원노조협의회와 88년 전국병원노조연맹 시절을 거쳐 98년 산별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로 전환했으니 올해 2월27일은 산별노조 전환 18년을 맞는 해다.

18주년 기념식을 겸해 진행된 이번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2015년 사업 평가와 결산보고, 2016년 주요 사업과 투쟁, 예산안 확정에 대해 중요한 여러 결정을 했다.

우선 2대 행정지침 분쇄 투쟁과 성과연봉제 등 의료공공성을 파괴하는 정책에 맞선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특히 올해는 인력확보 투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인식하에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제정, 충분한 인력확보를 통해 제대로 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도화, 의료기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이용체계를 바로 세우는 일을 하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사회연대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기로 한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조합비 외에 투쟁기금을 비롯한 특별기금 명목으로 매년 4만3천원 이상의 기금을 적립한다. 2008년부터는 사회연대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적립하고 있다. 이 기금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대사업 △재난구호 사업 △제3세계 노동운동 지원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기금을 처음 설치한 2008년 이후 이후 여러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피해와 2011년 일본 지진 피해 지원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기리는 ‘바보의 나눔회’ 재단 후원 △이주노동자 장학회 후원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 후원 △난민인권단체 지원사업 △무료 청소년 공부방 심리치료 후원 △사회 취약계층 의료지원 후원 등 다양한 지역사회 연대사업을 후원했다.

2013년에는 필리핀 태풍피해, 2014년에는 국제공공노련(PSI)을 통해 에볼라가 확산되던 서아프리카에 긴급기금을 지원했다. 2015년에는 대규모 지진 참사를 겪은 네팔에 민주노총과 국제사무금융서비스노련(UNI)을 통해 지원금을 보냈다. 노조의 사회연대기금 지출 결정과 더불어 지부들도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추가로 모금해 전달하곤 했다.

올해는 버마(미얀마) 시민단체에 앰뷸런스를 보내자는 한국노동복지센터의 제안을 받아 '사랑의 앰뷸런스 지원사업'을 하기로 했다. 또 ‘베트남 피에타 동상’ 건립 후원사업을 적극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베트남 피에타’ 동상은 설명이 필요하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슬픔과 비탄을 뜻한다. 미국의 베트남 침략전쟁 당시 참전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희생을 참회하는 의미를 담은 ‘마지막 자장가’로 불리는 베트남 피에타 동상을 만들어 베트남과 한국에 세우자는 것이다. 2015년 말 발족한 한국-베트남 평화재단 추진위원회(가칭)가 제안했다. 이 단체 설명에 따르면 2개의 동상을 세우는 데 약 7천만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어머니가 어린 아기를 가슴에 안고 있는 형상을 한 동상은 일본군 위안부 소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부부 작가가 제작한다.

박정희 정권은 64년부터 73년까지 8년간 연인원 31만명을 베트남에 파병했다. 미군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군대를 보냈다. 참전한 한국군 중 4천900명이 전사했다. 이 과정에서 무려 9천여명에 달하는 베트남 민간인들이 한국군에 의해 희생됐다는 보도가 있다. 희생당한 이들은 대부부 갓난아기와 여성, 노인들이다. 이들 마을에는 위령비와 함께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져 있다. 파병 50년을 넘어서는 2016년 2월 베트남 중부지역 마을 곳곳에 희생자들에 대한 50주년 위령제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소속 지부장들은 올해 1월 중순 한국군이 주둔했던 베트남 중부지역을 방문해 증오비와 위령비를 둘러보고 생존자들을 만났다.

베트남 당국의 허가를 받아 방문한 ‘빈호아 마을’에는 여전히 ‘증오비’가 서 있다. 한국 사람들은 마을 인민위원회 청사가 있는 마을 입구까지만 방문을 허락할 뿐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50년이 지났지만 마을은 여전히 66년 12월 악몽 속 그날에 잠겨 있다.

전쟁이란 끔찍한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평화는 돈을 주고라도 사야 한다. 베트남 피에타를 세우는 일은 다시는 이런 끔찍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우리 시민사회의 참회요 다짐이어야 한다. 노동계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 줄 것을 호소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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