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꼭 3년째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중심으로 4대 개혁을 주창하면서 노동계와 반목했다. 협상은 하되 정부에 이익이 되는 약속만 취했다는 비판도 있다. 공무원연금과 노사정 합의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높이는 논의는 없고, 노사정 합의는 깨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40%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는 여론조사에서 보듯 박근혜 정부 3년 평가는 엇갈린다. 3년의 공과를 노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노동기본권 후퇴와 노동시장 내 불균형 심화

▲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5일로 집권 3주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기본권의 후퇴와 노동시장 내 불균형의 심화”로 평가된다.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정책방향은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5분의 1이 넘는 저임금층이 줄어들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채 이마저도 성과가 회의적이다. 그리고 주요 현안이었던 통상임금·정년제·근로시간단축 쟁점들은 국회 논의와 노사정 협의를 거치며 ‘순차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했지만 여기에 기간제법·파견법 개정안과 양대 지침을 포함시키며 오히려 더 꼬였다. 시급한 현안 해결의 기회도 지연되고, 논의 틀로써 사회적 대화 체제마저 형해화시킨 결과가 됐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청년고용과 일자리 창출이 노사의 협력 없이는 그 실효성도, 그리고 궁극적인 성과도 불가능하다는 점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예외적인 경우에 원칙을 보완해 적용하도록 한 사례들이 본말이 전도돼 원칙인 양 정부가 양대 지침으로 강행하며 정책방향에 심각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양대 지침은 해고제한 법리와 집단적 동의권 등 노동법과 ‘노동시장 질서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 교원노조나 공무원노조 기본권이 20여년 만에 다시 국제적인 관심사가 된 것도 집단적 노사관계의 우려스러운 후퇴다. 간접고용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정책은 사용자 책임성 확대나 고용보험 등 가능한 사회보험 부분부터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려는 시도조차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난 3년간의 노동정책은 양질의 고용창출과 노동기본권 신장을 위한 노사정 주체의 소통과 타협의 정신이 상실된 채 오히려 그 불균형이 심화된 시기였다고 평가된다.



이명박 정부보다 더한 박근혜 정부의 재벌·대기업 사랑

▲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박근혜 정부는 지난 3년간 민주주의, 남북관계 파탄도 부족해 경제민주화도 완전히 파탄 냈다. 취임시 약속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어디로 갔나. 경기가 안 좋을 때일수록 정부는 서민과 중소기업·중소상공인을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마치 재벌이 투자를 잘 못해서 경기가 안 좋은 것처럼 온갖 규제완화와 재벌·대기업 특혜에 올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보다 더 심하다. 심지어 대통령이 나서 '모든 규제를 일단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야 하는 규제만 살려야 한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내수가 죽어 가는데 서민을 돕는 정책이 아닌 재벌대기업에 몰아주기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가계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야 경기가 살아난다고 한다. 소비가 되려면 가계부채가 줄어야 하는데 정부정책은 모조리 '빚내서 집 사라'거나 '빚내서 전월세 사게 해 준다'는 것뿐이다. 대다수 국민은 엄청난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 부담과 전세대란·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서민들에게 끝없는 절망만 안겨 주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악화의 원인을 야당과 노동자·시민사회단체들이 잘못한 것처럼 둔갑시키고 있다. 노동관련 법이 통과 안 돼 경제가 안 좋아진 것처럼 재벌대기업을 앞세워 서명운동까지 벌이게 하고 있다. 최악의 철면피 같은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99% 서민·중산층을 외면하고 1% 특권층 편만 들어주는 정부·여당에 대한 총체적이고 엄정한 심판이 필요하다.



박근혜 3년, 청년들에게 남은 건 정크잡(junk job)

▲ 박정훈 아르바이트노조 위원장

노동정책 전반에 대해서는 노동혐오 정치였다고 평가한다. 특히 조직노동자들에 대한 혐오가 매우 심했다. 또 하나는 청년정책 같은 경우는 대통령이 취업 브로커처럼 행동한 느낌이 들었다. 희망재단을 만들어서 정책적 해결이 아닌 기부로 대응하거나 개별적으로 희망재단에 10여명 입사하는 정도를 격려하고, 소수의 취업성과를 대통령이 나서서 소수에게 일자리를 약간 주는 게 청년실업 해결 방식인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년들 같은 경우는 사회정치적으로 모순을 당했다. 정부도 모르는 건 아니라고 본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정부 분석은 같다. 그런데 해결책은 그렇기 때문에 유연화를 더 많이 하고 저임금 일자리 늘려 지금 노동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식으로 노동시장을 개편하려 할 것 같다.

지금의 문제들의 해결책은 대기업 일자리 늘리는 방식, 저임금 일자리, 즉 정크잡을 늘리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 1만원이 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정크잡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려면 노동부에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요구해야 한다.



자본 이해에 앞장서는 계급정부·계급정당

▲ 이희우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장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계급정당으로서 대기업과 금융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동에 대한 집요한 공세를 지난 3년간 벌여 왔다. 정부 출범 후 그 첫 목표가 공무원연금 개악이었다. 공무원 노동계는 공적연금 전체를 강화해서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대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연금 삭감 희생을 감내하고 사회적 합의를 했다. 그런데 정부는 합의한 공적연금 강화는 끝내 입을 닫고 말았다.

공무원연금에 이어 추진하고 있는 성과제·퇴출제 노동개악도 공무원들이 가장 앞에서 유탄을 맞는 실정이다. 노동개악은 해고를 쉽게 하거나 임금을 낮게 줄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점이 실상이다. 그 과정에서 임금피크제와 퇴출제를 민간영역에서 논의할 빌미를 제공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마루타처럼 이용했다. 공직사회가 노동개악을 도입하기 위한 사전 실험장이 돼 버린 것이다.

올해는 공공부문 공기업에 대한 노동개악 공세가 극에 달할 것이다. 공무원과 공기업 노동자들은 올해 공공영역에서의 저성과자 해고가 우리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것인지 얘기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퇴출제가 먼저 시작된 공공영역에서의 아픔과 저성과자 해고 문제점을 알려 나가야 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연대가 절실한 이유다. 자본을 위한 계급정부·계급정당에 맞서 우리도 결연한 의지를 갖고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포용이 없는 정치, 독선의 정치

▲ 안효상 노동당 대변인

박근혜 정부 3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식의 질문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평가라는 것은 값어치를 재는 일인데, 과연 그런 게 있을까 싶다. 마찬가지로 비판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비판이라는 행위는 그 대상의 적절한 자리를 찾아주는 일인데, 이 또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정부는 비판 이하에 있다. 그럼에도 이 정부의 힘과 행위가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어떤 것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아마 이해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정요구권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곧바로 이어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죽이기'부터 '테러방지법'을 둘러싸고 야당 의원들이 벌이는 필리버스터에 대한 원색적이고 무식한 비난까지 어느 것 하나 양보하거나, 상대방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은 분명 반민주적이고 독선적이다. 소통을 안 한다는 것은 덤일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일까. 아마 진실은 작은 데 있을지 모른다. 유승민 원내대표 죽이기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는 데 합의해준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는 이야기나 이번 테러방지법의 부칙에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통령이 얼마나 섬세한 인격의 소유자인지를 알 수 있다. 그래도 자신을 지키려는 그 섬세함은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그건 현재의 위기를 자본에 이로운 방향으로 넘어서고자 하는 구상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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