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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뒤

권력자도, 거기 줄 선 어느 진실하다는 권력 꿈나무들도 모두가 청년을 말하고 걱정한다. 청년일자리 걱정에 자다가도 몇 번을 깨 통탄한다니 그 사랑이 깊다. 말끝마다 청년이다. 이게 다 발목 잡는 야당 탓이라며 주먹 내리쳐 가며 편 가른다. 야당이며 여느 진보진영도 청년을 말한다. 흙수저와 헬조선 따위 청년발 신조어를 현수막이며 토론집 제목으로 삼았다. 변화를 촉구했다. 적임자를 자처했다. 오늘 청년은 누구나의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기승전'청년'이다. 절벽 앞에 서고 나서야 청년들은 주인공이 됐다. 종종 그 역할은 꽤나 버거운 것이었다. 청년은 진취적이었고, 어떤 고난이라도 달게 여겼으며 그것을 자양분 삼아 저 멀리 중동 모래바람 속에서도 쑥쑥 자라나야 했다. 찢어지게 가난했거나, 높은 고용절벽 앞에 좌절했고, 눈물 흘렸다.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비극이었다. 그들은 종종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었다. 말하자면 평면적 인물 역할을 오래도록 맡았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비극의 씨앗이 되고 말 터이니, 부조리극에 가까웠다. 한 무리의 청년들이 한자리 모여 연극을 꾸몄다. 창작극이었다. 아르바이트 옷차림과 대학 학위복이며 모자, 오토바이 헬멧 따위 의상과 소품은 대체로 엉성했고 동선이 자주 꼬였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변화를 외치며 저마다의 한 표를 투표함에 넣는 장면에선 모두가 활짝 웃었다. 연극이, 아니 기자회견이 끝나고 난 뒤 버겁던 인형 탈을 벗은 청년이 깊은숨을 내쉬며 웃었다. 내내 그는 목소리 낼 수 없었다. 대사 한마디가 없었다. 집도 절도 없어 민달팽이 신세였으니, 생활도 연극도 쉬운 게 없었다. 총선이 끝나고 난 뒤 주인공 청년은 또 어떤 희비를 겪을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주먹 불끈 쥐고 변화를 외칠 일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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