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구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누54228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1. 사건의 개요
2013년 10월24일 고용노동부 장관은 9명의 해고교원이 조합원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조에 대해 ‘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법외노조통보)했다. 이로써 14년 동안 활동하고 6만 조합원이 소속돼 있는 노동조합이 9명의 해고교원을 이유로 그 법적 지위를 상실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법외노조통보처분 효력정지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6월19일 서울행정법원은 노동부의 법외노조통보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올해 1월21일 서울고등법원 역시 전교조의 항소를 기각하고 노동부의 법외노조통보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하에서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본다.

2. 대상 판결의 쟁점
대상 판결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쟁점은 노동부의 법외노조통보처분의 근거 법령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제9조제2항의 적법성 여부다(처분 근거법령의 적법 여부). 법외노조통보처분의 근거법령이 위법해서 무효라고 한다면, 이에 터 잡은 법외노조통보처분 역시 무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쟁점은 설사 법외노조통보처분의 근거법령이 유효라 하더라도, 해고교원 9명의 조합 가입이 법외노조통보처분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다(처분 사유의 존부).

3. 대상 판결의 문제점
가. 처분 근거법령의 적법 여부
법외노조통보처분의 근거법령은‘노조법 시행령 제9조제2항’이다. 현행 노조법 시행령 제9조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제12조제3항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해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고 해서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노동조합에게 사후적으로 설립신고서 반려 사유가 발생한 경우 법외노조를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37조제2항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헌법 제37조제2항). 이에 행정입법인 시행령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며, 그 위임 범위 내에서 제정돼야 한다(헌법 제75조). 그렇다면 대상 판결에서 쟁점은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 자체를 박탈하고 있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제2항이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상 판결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노조법 제2조제4호 단서의 범위 내에서 노조법 제2조제4호 각 목에 해당하는 경우 단서에 따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효과가 발생했음을 알려 주는 것이고, 노조법 제2조제4호 단서에서 규정한 사항 이외에 새로운 법률 사항을 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노조법 제2조제4호 단서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 위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법률의 수권 없이 규정했거나 새로운 법률사항에 해당하는 것을 규정해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서 노조법 시행령 제9조제2항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조법 제2조제4호 단서1)로부터 위임을 받은 적법한 시행령이라고 봤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당하다. 무엇보다 노조법 제2조제4호는 노조법 총칙상의 정의(定意)규정이다. 정의규정은 사법부에 의해 해석되는 것이지 행정청에 의해 집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총칙상의 정의규정으로부터 바로 행정청의 구체적 제재권한이 도출될 수는 없다. 즉 노조법 제2조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고 해서 제1호에서는 근로자를, 제2호에서는 사용자를, 제3호에서는 사용자단체를, 제4호에서는 노동조합을 정의하고 있는데 만일 대상판결과 같이 법률 총칙상의 정의규정만으로도 행정청의 구체적 제재권한이 도출될 수 있다고 한다면, 현재에도 이를테면 제1호 ‘근로자’의 정의규정으로부터는 노동부의 ‘근로자 아님 통보’ 권한이, 제3호 ‘사용자단체’의 정의규정으로부터는 기획재정부의 ‘사용자단체 아님 통보’ 권한이 얼마든지 도출될 수 있고, 시행령은 이를 임의로 정하면 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이 법치행정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음은 여러 말할 필요가 없다. 결국 행정관청의 노조 지위 박탈이라는 초유의 권한을 법률의 구체적 위임규정이 아닌, 법률 총칙상의 정의규정으로부터 도출한 대상 판결은 이른바 시행령 왕국에 면죄부를 주고, 행정관청에 의한 자의적 노조활동 규제에 길을 터 준 것이 아닐 수 없다.

나. 처분 사유의 존부
또한 노동부는 해고교원 9명의 전교조 가입을 이유로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통보처분을 했다. 즉 노조법 시행령 제9조제2항은 “‘법 제12조제3항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즉 ‘노조법 제2조제4호 각목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법외노조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대상 판결에서 두 번째 쟁점은 해고교원 9명의 전교조 가입이 법외노조통보처분의 사유인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노조법 제2조제4호 각 목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자주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노조법 제2조제4호 단서에 따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노조법 제2조제4호의 문언에 부합한다”고 해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자주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근로자 아닌 자, 즉 해고교원과 같이 교원 아닌 자가 단 1명이라도 가입하고 있으면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고 법외노조통보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상판결은 헌법상 단결권 보장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노조법은 헌법상 노동 3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노조법은 헌법상 노동 3권 보장을 가장 잘 실현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진다. 이에 어떤 노동조합이 ‘노조법 제2조제4호 본문의 노동조합의 정의’에 부합하는지, ‘노조법 제2조제4호 단서 각 목의 노동조합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헌법상 노동 3권 보장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해석을 해야 한다. 즉 형식적으로 노조법 제2조제4호 단서 각 목의 사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주체성·자주성·목적성 등이 훼손되지 않은 이상,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노조법 제2조제4호의 취지는 바로 노동조합의 주체성·자주성·목적성 확보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근로자 아닌 자, 즉 해고교원과 같이 교원 아닌 자가 단 1명이라도 가입하고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자주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 결과 교원노조는 소속 조합원 중 단 1명이라도 해고가 되는 경우에는 곧바로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됐다. 극단적 형식설을 통해 헌법상 단결권 보장의 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킨 판결이 아닐 수 없다.

4. 나가며
이상과 같이 대상판결은 첫째 노조법 총칙상의 정의규정으로부터 행정관청의 법외노조통보 권한을 도출하고 둘째, 단 1명의 해고교원을 이유로도 해당 노조는 법외노조가 된다는 극단적 형식설을 취함으로써, 헌법상 단결권 보장의 취지 및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왜곡한 대표적 판결이라 할 것이다.

각주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4.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

라.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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