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노동부에 따르면 쿠쿠전자 노동자들은 종전에 평일 주 50시간을 일하고, 토요일에는 8시간 휴일근로를 했다. 이번에 노동부가 5월18일까지 추가로 주 10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함에 따라 3개월간 월~금 60시간, 토요일 8시간 근무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근로기준법(제53조3항)에 근거한 것이다. 근기법은 1주일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추가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근기법 시행규칙(제9조2항)은 이와 관련해 "자연재해와 재난관리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로 못 박고 있다. 정부의 대북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고, 이에 따른 영향으로 쿠쿠전자의 수출물량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 과연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노동부가 그동안 근로시간 연장을 인가해 준 사례를 보면 △산불진화 및 수습 △구제역·조류독감에 따른 긴급방역 △철도 승강기 사고 복구 △화재에 의한 생산라인 복구 △상수도관 파열로 인한 보수공사 등이다. 자연재해와 재난에 준하는 사고에 대해서만 추가적으로 법정 연장근로시간 초과를 인가해 준 것이다.
노동부는 쿠쿠전자가 40여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하기로 한 점과 방치할 경우 노동자들의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근로시간 연장을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이번 건이 재난에 의한 것이라면 정권이 자초한 재난”이라며 “정부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도 고용위기가 오거나 물량조달이 힘들어진 기업에 법이 정한 것보다 연장근로를 허용해 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에서 정한 ‘특별한 사정’에 대해 변호사들에게 자문한 결과 시행규칙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는 의견과 북한 잘못에 이은 정부 조치를 재난에 준하는 사고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