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의 한 관리자가 '화랑대 교육' 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을 체벌하고 있다. 기업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체벌 대상이 됐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사건의 핵심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인 지부·지회가 산별노조 탈퇴를 의미하는 ‘노조 조직형태변경 결의’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이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산별노조 지부·지회가 조직형태변경을 결의할 수 있는 주체인가 아닌가. 둘째, 법적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조직형태변경 결의에 절차적 위법성은 없나. 셋째,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의한 결의인가. 넷째, 조직형태변경 자체가 유효하더라도 임원선출이나 규약개정 과정에 문제는 없나.

파기환송심 관전포인트는 ‘지부·지회의 사단성’

1·2심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첫 번째 쟁점에 대해서만 검토했다. 1·2심은 “발레오만도지회가 사단성(단체성)은 물론이고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도 갖추지 못했다”며 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독자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더라도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실질을 갖고 있어 기업노조와 유사한 근로자단체로 독립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는 발레오만도지회가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실질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관전포인트다. 아울러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은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공방이 진행될 여지가 남아 있다.

나머지 쟁점에 대한 심리가 필요한 이유는 이들 사안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대구고등법원은 지난해 3월 ‘발레오만도 노조파괴 사건’에 대한 금속노조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다. 회사측과 창조컨설팅·기업노조가 공모한 노조파괴 행위를 불기소한 검찰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인정한 것이다.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발레오만도 회사측이 주도한 부당노동행위 전모가 공개됐다.

법원과 국회가 인정한 부당노동행위는 2010년 5~6월 발레오만도지회 조직형태변경 결의가 회사측 지배·개입하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에서 해당 부분이 다뤄지지 않을 경우 회사측 부당노동행위가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 '기업노조 전환용 미끼' 던질 수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반대의견을 낸 5명의 대법관은 “산별노조 지부·지회의 조직형태변경을 인정하는 것이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사용자가 대립관계에 있는 산별노조를 축출하고 우호적인 기업노조 설립을 유도하고자 산별노조 지부·지회가 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통해 기업노조로 전환하는 것을 은밀하게 지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이것이 노조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고 밝혔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의 지적처럼 ‘은밀한 부당노동행위’가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은 친기업 성향 복수노조 설립을 지원함으로써 기존 산별노조 지부·지회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취해 왔는데, 앞으로는 지부·지회가 통째로 기업노조로 전환하도록 유인하는 미끼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노조 전환을 전제로 자녀 학자금 지원을 늘려 주거나 사내복지를 개선하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산별노조 지부·지회가 회사 미끼를 물어 스스로 조직형태변경에 나선다면 회사측은 부당노동행위 논란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선 ‘꿩 먹고 알 먹고’다. 그 대신 산별노조운동이 지향하는 "공장 울타리를 넘어서는 따뜻한 연대공동체"는 와해될 수밖에 없다.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단결은 결국 노동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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