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까지 1만5천여명의 공공부문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기간제 비율도 각각 5%와 8%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고 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를 합리적 운영할 수 있게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기간제 대책과 관련해서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업무를 놓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간접고용 노동자 축소 없는 대책 실효성 없어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은 이미 한물간 대안을 재탕한 수준이다.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축소하는 대책이 빠져 비정규직 대책이라고도 할 수 없다. 공공부문에서 근무하는 비정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건 이미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안이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고용형태만 바뀌었지 처우는 개선돼지 않았다. 단순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무기계약직인지가 중요하다. 처우개선을 동반해야 하는데 정부 대책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만 바꾸면 된다는 식이다. 공공부문과 계약을 맺은 하도급업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청신호 역할을 할 수 있다. 파견·용역노동자는 2012년 11만641명에서 2013년 11만1천940명으로 늘었다. 간접고용 노동자를 축소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인데 정부는 개선 의지도 없는 듯하다. 정부가 간접고용 노동자를 축소하는 정책 방향의 전환 없이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는다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청년·비정규대책, 선거용 한철장사 아니기를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공공기관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일하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상대적 고용안정을 갖게 되는 노동자들에게는 어쨌든 좋은 일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이번 정부의 대책을 긍정적으로 본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 주도로 많은 민생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열정페이’ 가이드라인과 이번 공공기관 비정규직 대책 같은 거다. 그런데 이게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에도 모두 포함돼 있던 내용들이기도 하다. 집권하고 3년간 진척이 안 되다가 이제 와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철에만 반짝 얘기가 나왔다가 선거 후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후속대책이 안 나오고 추가적인 정책 확산도 안 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청년들에게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 주는 것 같다. 좋은 제도가 나오면 그것이 확산돼 계속 개선조치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결국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청년들과 노동당사자들이 이 같은 대책을 선거용 한철장사로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점점 심각해지는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발표한 수준의 정책에 머물 게 아니라 꾸준히 대책을 마련해 집행하고 확산해야 한다는 것을 당부하고 싶다.


뒤늦은 대책에 실효성도 부족
 

▲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직연대회의 의장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이 하도록 한다는 명제는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져 있던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에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뒤늦게 공공부문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이 또한 문제가 많다. 우선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정규직이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기간제에서 고용안정성만 부각된 무기계약직은 여전히 임금을 차별받고 있다. 또 이들이 하는 업무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예컨대 국토교통부의 국도관리원에게 과적단속권을 주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 업무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상담원을 직업상담원으로 전환하면서 전임직급으로 전환해야 하는데도 차별적인 일반직 직제를 만들어 전환했다. 기간제 노동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서 정한 차별임금 등에 관한 제소권이 사라진다. 이에 대한 보상치고는 너무 가혹한 처사다.

그리고 공공부문에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상당히 많다. 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무기계약으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메시지가 민간부문에도 전해지도록 실효성 있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입법화해야
 

▲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을 고용하도록 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한다. 하지만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행’이 아니라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비정규직 기간제한 연장과 파견직 확대를 뼈대로 하는 노동개악 입법을 국회에 강요하며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려는 본심을 드러낸 바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일정 목표비율 내에서 기간제 사용을 관리하겠다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없음을 반증한다.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을 관행이 아니라 제도로 강제했다면 목표관리제는 도입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가 자랑하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전환 실적이 역시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가 30만명이 넘고 기간제만 20만명이 넘는 현실을 보건대, 1만5천여명 무기계약직 전환은 정부가 대놓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을 안착하고,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간접고용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제도다. 또 중앙정부 예산지침상 정원을 초과하거나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면 해당 기관이 경영평가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정규직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 요인에 대한 총체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새로운 내용도 없고, 실효성도 의심
 

▲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은 여러 모로 미흡하다. 가장 큰 것은 공공부문 간접고용 문제와 관련한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공공부분 비정규직 대책 자체가 직접고용 비정규직과 관련한 대책이다. 간접고용 대책은 언급만 됐을 뿐이다. 대책이 부실하다 보니 간접고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처우가 기간제보다 더 나쁜 파견·용역노동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고용형태가 더 나빠졌다는 뜻이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은 민간부분에 대한 모범 사용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간접고용을 늘려 나쁜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실효성 문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이다. 확보된 예산도 없이 처우를 개선한다거나 고용을 안정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에 가깝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는 예산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기간제 비율을 공공기관은 5%, 지방공기업은 8%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기존 대책에서 이미 나왔던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대로 2015년까지 공공부문 기간제를 없애겠다는 것도 아니다. 고용개선 대책이라면 공약에 기초해 이행률을 평가한 뒤 이행 로드맵을 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용개선이라면서 잘못된 기존 제도를 그대로 뒀다. 무기계약직은 말뿐인 정규직이다. 별도 직군화돼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으로 분류되고 있다. 무기계약직이라도 평가제도를 둬 고용이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폐해는 그대로 뒀고, 새로운 내용은 없고, 실효성도 의심받는 미흡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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